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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2026.07.19. 광양 백운산 - 옥룡계곡 산행

by 하여간하여간 2026. 7. 19.

○ 누구랑 : 광주원산우회

○ 걸음  : 진틀 - 병암 - 진틀삼거리 - 백운산 - 신선대 - 진틀(원점)


○ 광양 백운산을 왜 오르는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왜 오르는지? 온통 안개에 묻히고 이슬비가 숲 속을 다 적시고 온통 곰탕인데, 왜 오르는 거야?

그냥 오른다.
산을 오르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나?

참 한심스러운 놈
오르고 싶으면 오르고 힘들면 그만 두면 될 일을?
뭐 대단한 일이라고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그냥 올라라

네 잘 알겠습니다.

7월 중순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비가 오락가락 일기예보가 엉망진창이다. 여름산행은 뭐니 뭐니 해도 계곡 산행이다. 힘든 산행 후 시원한 계곡물속에 온몸을 담그고 여름을 나는 산행으로는 광양 백운산 만한 산도 없다. 옥룡계곡물에 풍덩 시원히 여름을 이겨내자. 광양백운산으로 향한다.

○ 산행시작

A코스 출발 입구 : 광양 포스코 백운산 수련원 입구

A코스 출발 기념하고 "잘 다녀오라" 보내고 나니

휑하니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앞을 가린다.

학창 시절 함께했던 친구가 고향집에 놀러 왔다가 며칠을 묶고 떠날 때 멀어져 간 여객선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 발길에 알 수 없는 그리움이 마음 저 밑에서 사무친 그때 기분이다. 아마 나이 먹어가면서 느끼는 그리움일까? 애써 마음 정리하고 B코스 출발점으로 향한다.

B코스 입구 : 진틀마을

3년 전에도 백운산을 오를 때 억수 같은 빗방울이 쏟아졌는데, 오늘은 안개로 완전 꽝이다. 보슬비가 내린다.

병암마을을 향하여

온통 안개에 묻혔다.

보슬비가 내리고

병암산장

언젠가 함께 이 길을 걸었던 산우님과 소맥에 거나하게 한잔 했던 추억이 새롭다. 열심히 살았던 산우님인데 불의 병마와 싸우다 먼저 갔다. 무척이나 보고프다. 참 좋은 친구였는데. 하늘나라에서 고통 없이 잘 지내길 바란다.

살면서 만난 여러 인연 중 좋은 인연은 까막게 잊고 있다가도 어느 순간 무척이나 생각나는 인연이 있다. 내가 그를 추모하는 것은 그가 무척 순수하고 열심히 살았기 때문이다.

진틀에서 백운산 정상까지 3.0km

병암산장 아래 계곡

백운산 등산 안내도

참 품격 있는 소나무

그때도 우린 여기 소나무 아래에서 막걸리를 마셨다. 지금은 산행을 함께하지 못하지만 그가 살아온 세상을 듣다 보면 한없는 연민이 밀려왔다. 일찍 부모를 잃고 이 삭막한 세상을 홀로 헤쳐나가면서 맞닥뜨린 세상과 세상인심을 듣고 있노라면 그가 얼마나 처절하게 간절히 세상을 살았는지 아리아리 절로 공감이 가고, 그런 그의 순수한 눈동자 속에 흐르는 인간적인 연민에 막거리 한 잔은 그를 안아주고 싶고, 다독여 주고 싶고, 함께 손잡고 어디든지 가고 싶었는데 지금 이곳에 없다.  

병암골

7월 중순 녹음이 짙게 드리우고 계곡물소리가 청량하게 들려오는 병암골 골짜기를 무척이나 오랫동안 힘겹게 올랐다.

숫가마터

온통 짙은 안개가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시야가 흐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가운데 습도가 높아 계곡 산길은 참으로 힘들고 지친다.

진틀삼거리

숫가마터 바로 위에 진틀 삼거리 이정목에 도착했다. 잠시 쉬어간다.

진틀삼거리 이정표

오른쪽으로는 백운산 정상, 왼쪽은 신선대. 우린 오른쪽으로 백운산 정상으로 해서 신선대 찍고 이곳으로 하산한다.

휴~ 힘들다.

요 며칠 연속된 산행에 어제저녁 과음에 감기까지 겹쳐 온몸이 천근 만근이다. 힘들다. 과유불급 생각에 산행을 포기할까? 하다가 간신히 일어난다.

진틀삼거리 후미 대원님들 기념 한 장

나도 한 장 남기며 기운을 차린다.

한참을 올랐다. 나로 인해 산행 속도가 더디고, 가다 쉬다를 반복하여 함께 걷는 대원님들에게 미안하다.  
벌써 백운산 정상 찍고 하산 중인 대원님들을 만나 한 컷.
아휴~ 언제 정상까지 오르려나?
이제 서서히 대원님들에게 짐이 되어간다.

정상 0.8km 이정표

하늘말나리

7월 중순 여름 야생화가 어제저녁 빗줄기에 싱싱한 자태를 뽐내며 반긴다. 하늘말나리가 지천이다.

길가에 떨어진 노각나무꽃을 담았다. 노각나무는 껍질이 깨끗하고 품격이 있어 마치 하얀 도포에 흰 모자를 쓴 서울양반처럼 어딘지 모르게 귀띠가 흐르는 나무이다. 5월에 핀 꽃이 이제 땅에 떨어져 나뒹군다. 땅에 떨어져 나뒹군 꽃잎이 저리 당당하니 나무에 필 때는 얼마나 화려했을까? 화려함은 아름다움에서 나오고 당당함에서 나온다. 오늘 땅에 떨어져 나뒹군 더 꽃잎에서 나는 당당함을 보았다. 당당함을 담아보려 했다. 나도 저물어간 뒷모습이 저리 당당했으면 좋겠다. 아니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뒷모습이 아름답도록 살아야 한다.  

산수국

435 계단

백운산 정상을 앞에 두고 435개 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저 계단만 오르면 백운산 정상 힘든 구간을 다 오른다. 힘을 내자. 한 발 한 발 오르다 보면 어느새 능선길에 도달하겠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래 아무 생각 없이 오르라고 이 무념의 나무계단을 만들어 놓았다. 정말이지 아무 생각 없이 오른다. 짙은 안개만이 실바람에 실려 살갗을 스친다.

휴~ 계단길 힘드네

오르다 보면 힘들지만, 무념 무색으로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면서, 관세음보살이 심오한 지혜의 바다를 건너면서, 지그시 견주어 바라보니,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으니,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이니,  수상행식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오르고 또 올라

뭇 중생도 이 계단을 오르면서 견주어 바라보니 색이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이 색과 다르지 않아 색이 곧 공이요, 공이 곧 색임을 알아차리고 수상행식이 다 그러할진대 세상의 온갖 것은 모두 인연으로 생기고 항상 하지 않으며 끓임 없이 변하여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생겼다 사라지니, 마치 구름 한 점 생겼다 사라진 것처럼  어떤 인연으로 이 세상에 왔다가 인연이 다 되어 사라지는 것이니 생로병사에 너무 연연하지 마라.
  

잠시 쉬어가자

삶이란 어떤 인연이 모여 이 세상에 왔다가 그 인연 다 되면 한 줄기 바람처럼 흩어져 사라지니 올 때나 갈 때나 그저 그러려니 생각하고, 그 인연 또 다른 곳에 인연 되어 새롭게 태어나니, 가는 인연 붙잡지 말고 오는 인연 거부하지 마라.

하늘말나리도 만나면서 한 발 한 발 오른 발걸음이 어느새

백운산 정상에서 억불봉으로 내리 뻗는 산줄기 능선에 올랐다.

A코스 임걸령님과 기념 한 장

억불봉 거쳐서 오는 A코스 대원님들과 능선에서 기념 한 컷

비비추가 앙증스럽다.

비비추

비비추

이슬을 머금은 비비추의 싱그러움을 담아보고 싶었다.

큰까치수염

억불봉을 다녀온 A코스 대원님들을 만나고

백운산 정상 아래 쉼터에서 맛있는 점심 후

비비추 밭을 지나

동자꽃

하늘말나리

꼬리풀 꽃이 지천인 야생화 정원을 지나 백운산 정상으로 오른다.

백운산 정상 바로 아래 매봉(호남정맥)과 억불봉으로 갈라지는 이정표

백운산(1,222m) 정상석 기념

백운산은 지리산 다음으로 남녘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섬진강을 가운데 두고 지리산과 남북으로 우뚝 솟아 남녘의 기상을 늠름하게 지키고 있는 산으로 호남정맥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완전 곰탕 백운산 정상이다. 곰탕이 아니면 참으로 장쾌한 조망이 펼쳐지련만 오늘은 완전 꽝이다.

지리산 주 능선과 호남 정맥의 장쾌한 산줄기는 다음으로 남기자.

백운산 정상석에서 동화나라님과 함께 기념 한 장 남기고 이제 신선대로 하산

귀한 분을 만났다. 대한산악연맹 광주지역연맹 임승진 회장과 기념 한 장

물레나물

신선대 바로 아래 이정표

신선대 주변 샛길이 많다. 넓은 등로를 따라가길 바란다.

신선대 아래에서 바라본 기암

신선대 바로 아래에서 A코스 대원님들을 만나고

신선대로 오른다.

신선대는 짙은 운무에 쌓였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신선대 정상목

동화나라님과 함께

운무가 짙게 쌓인 신선대에서 왠지 이런 생각이 든 것은 왜 인지 모르겠다.

백운산은 지리산과 더불어 높고 깊어 한국전쟁 전후 한국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산기기도 하다.
여순민중항쟁과 4.3 제주민중항쟁의 소용돌이 속에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남로당의 지령을 받은 이현상 빨치산 부대의 활동이 활발히 전개된 곳이기도 하다.

당시로서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고, 미소의 냉전체제가 세계를 둘로 가를 때, 한반도에서도 남북이 서로 미소를 대변한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한민족으로 통일 조국을 세우려던 세력은 기를 못쓰고 사라진 가운데, 미소를 앞세운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남과 북의 위정자들이 득세하여 민족을 둘로 갈라놓으니,

이 과정에서 민족은 피로 물들고 서로의 가슴에 총부리를 겨누고 누구를 위한 전쟁인지도 모르고 무고한 백성들은 서로가 원수가 되어 미쳐 날뛰어버린 슬픈 역사에

남로당계열 지리산 빨치산들은 남과 북에서 그 흔적도 없이 사라져 없어져 버린지가 벌써 70년이 지나고 있건만, 아직도 뭔지도 모르고 산으로 들어간 빨치산들의 그 억울한 희생과 죽엄에 대해서는 모두가 함구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 아닌가?

언제나 남북이 하나가 되어 민족의 이름으로 이 억울한 죽엄들에 대한 명예를 회복시키고 북이든 남이든 그들의 공과를 역사의 한 페이지에 장식해야 할 것 아닌가?

신선대에서 바로 하산이다. 진틀방향 하산

진틀 하산길도 짙은 운무에 쌓이고

종일 짙은 운무가 오늘은 기막힌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

굽이굽이 바윗길을 조심조심 하산
  

종일 운무와 함께하면서 백운산 산행을 마무리한다.

○ 짙은 운무에 쌓인 광양 백운산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옥룡계곡 물에 풍덩 몸을 적신다. 시원하다. 처음 출발할 때 무거웠던 천근만근 힘들었던 기운은 금세 날아가고 상큼하고 시원한 새로운 활력으로 넘친다. 역시 여름 산행은 산행 후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적시고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목 넘김이 으뜸이다. 행복하다. 힐링이다. 힘겨워 포기하고 싶을 때, 끝까지 격려하며 더딘 걸음을 함께해 준 동화나라님과 후미대원님들께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