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13. 경북 영주 소백산( 1,439.5m) 100대 명산 - 억수로 매서운 칼바람 맞으며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헤쳐 가는 겨울 산행의 진수 소백산이여!
by 하여간하여간2021. 1. 14.
1. 산행일자 : 2021.01.13(수)
2. 누구랑 : 4인(하여간, 주유대석님, 하여님, 백두님)
3. 산행구간 : 달밭골-비로봉-국망봉-대지바위-초암사삼거리-달밭제-달밭골(원점)
4. 산행개념도 : 생략
5. 산행소감
신축년 새해 벽두 백두대간 10명산 다섯번째 경북 영주 소백산을 향한다. 원거리로 선듯 나서기가 어려울텐데 기꺼이 동행해 준 산우님들께 감사한다. 꼭두 새벽 긴 운전 끝에 소백산 비로사를 지나 달밭골에 도착하여 산행을 준비한다. 겨울 소백산 하면 칼바람이다. 덕유와 한라의 칼바람과 함께 3대 칼바람이다. 겨울 눈꽃과 칼바람을 맞기엔 소백산으로 충분하다. 매섭기가 장난이 아니다. 소백산 칼바람을 맞아 봐야 인생의 쓴 맛을 안다. 소백산 칼바람을 맞아야 일년이 건강하리라!
무엇하러 이 길을 걷는가? 사실 오늘의 화두를 찾고 있었지만 뚜렷히 잡힌 것이 없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산을 오르자. 오늘은 아름다운 소백산 겨울 눈꽃과 칼바람을 찾아 나서자. 가볍게 오른 산길은 오르면 오를수록 내 내면을 가득 채운 몽롱함이 서서히 걷치고 눈 덮인 골짜기 차가운 바람과 함께 선명한 의식으로 화두를 만난다. 흰눈 덮인 칼바람을 맞으며 밝음과 맑음 앞에 서 보리라. 밝음은 지혜요, 맑음은 마음일까? 밝은 지혜와 맑은 마음을 소유한 소백산! 내 자신의 아둔함과 탁한 마음을 짊어지고 하얀 눈과 칼바람을 헤치며 밝은 지혜와 맑은 마음을 가다듬어 보리라.
깨달음에 도달한 도인이 지팡이를 짚고 느긋 느긋 눈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눈 덮인 소백산 칼바람를 아우르는 맑은 마음으로 깊은 감정에 빠져 행복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한 하루였다. 밝은 지혜와 맑은 마음으로 올 일년 아무 탈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길 기원해 본다.
6. 산행추억
비로봉에 올랐지만 아무도 없다. 코로나로 얼씬거린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늘 하늘을 날던 독수리도 꼼짝하지 않고 허공만 청명하다. 외로운 비로봉 표지석만 매서운 칼바람을 이겨내며 소백산을 지키고 있다. 눈 덮인 소백산 백두대간 능선은 장쾌하다 못해 신령스럽기까지 한다.
산 정상이 비로봉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은 소백산을 비롯하여 금강산과 오대산, 치악산, 묘향산, 팔공산 등이 있다. 비로봉은 아마 불교에서 말한 바로자나불을 상징하는 명칭일 것이다. 비로자나불은 부처의 몸에서 나오는 빛과 지혜의 빛이 세상을 두루 비추어 가득하다는 뜻으로, 부처의 진신을 이르는 말이다.우주 전체를 총괄하는 부처로 이는 비로자나불이 허공과 같이 끝없이 크고 넓어 어느 곳에서나 두루 가득 차 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밝음이란 무엇인가?
밝음은 내가 나의 아둔함을 비춰 보는 것이다. 밝은 빛으로 비춰 허우적거리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절대 진리의 광명은 그 자리에 훤히 있다. 그냥 훤히 빛나고 있다. 그것은 밝은 빛으로 그냥 훤히 비추어 보는 것이다. 그 자체로 밝음이요 밝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비추어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아둔함을 벗어나 나를 버리고 절대 진리 광명으로 그냥 훤히 비추어 바라보는 것이다. 훤히 비추면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훤히 보인다. 보이는 모든 것은 분별이 없다. 모든 것은 귀하고 귀하다. 이것을 아는 것이 밝음이다.
맑음이란 어떤것인가?
비어 있는 것이다. 안과 밖의 구별이 없으며, 있고 없고 구별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품어 안은 따뜻함이다. 경계가 없는 무한히 크고 넓은 우주광대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 만사 띠끌 만큼 작은 인연을 보듬어 안은 것이다. 비어 있기에 청명하고 비어 있기에 형색이 없다. 수정처럼 투명하고 꽃잎처럼 온화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어머님 품이 맑음이다.
백두대간 능선길엔 발목까지 빠지도록 눈이 많이 쌓여 한 걸음 앞으로 나가기가 무척 힘들지만 한 걸음 한 걸음 걷노라면 나도 모르게 무아지경 속으로 스며든다.저 구름 속에 쏟아지는 태양처럼 스스로 빛나고 변함 없는 절대 밝음으로 그 자리에 서 있는 광명이 되리라. 살을 애는 칼바람을 맞고 피어 나는 연분홍 진달래 포근한 아름다움으로 수정처럼 맑고 고운 맑은 마음의 꽃을 피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