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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2026.05.24. 지리산 반야봉 산행

by 하여간하여간 2026. 5. 25.

○ 누구와 : 광주원산우회

○ 발걸음 : 성삼재 - 무넹이 - 노고단 고개 - 돼지령 - 피아골 삼거리 - 임걸령 - 노루목 - 반야봉 삼거리 - 반야봉 - (반야봉삼거리) - 삼도봉삼거리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명선봉 - 연하천 - 삼각고지 - 연하천삼거리 - 음정 : 22km



○ 지리산 반야봉을 향하여

음력 4월 초 8일 부처님 오신 날이다. 온 세상이 부처님 오신 날을 봉축하며 화합과 나눔을 기원할 때, 산꾼은 지리산 반야봉으로 향한다.

반야 지혜의 깨달음을 얻으러 지리산 반야봉으로 향한다. 사물의 실상을 분별과 집착이 없이 있는 그대로 보는 통찰을 반야 지혜라 한다.

모든 현상과 사물의 실상은 인연과 조건에 따라 생겨나고 사라지기에 굳이 분별하고 집착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보라.

사라진 자리에는 또 다른 것이 생겨나느니, 굳이 지금의 것에 집착하거나 분별하지 말라.

마치 바람 한점 일어났다 사라지는 것처럼 그냥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반야 지혜이다.

반야 지혜를 얻는 것은 마치 어두운 밤 전등불을 켜면 훤히 보이듯이, 한 순간 세상의 이치가 훤히 보이고, 반야의 지혜로 고집멸도를 행하여 윤회의 고리를 끓고 해탈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은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건너 가 듯, 무지의 세계에서 지혜의 세계로 한순간에 건널 수 있는 깨달음의 경지이다.

서두를 거창하게 시작했지만 사실은 석가탄신일 연휴 산악회에서 지리산 종주 계획을 잡았다.
화엄사에서 천왕봉 찍고 백무동으로 하산하는 화백종주란다. 족히 40km 산길이다. 젊은 날 성삼재에서 천왕봉 찍고 대원사로 가는 성대종주(42km)는 한번 해 봤다. 산꾼으로 늘 자부심을 갖게 하는 젊은 날의 추억이다.

오늘은 반야봉을 오르고 연하천대피소를 거처 음정으로 하산하는 22km 산길을 걷고자 한다. 젊어서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이 나이 7학년에 지리산 22km 산행이 가능하려나? 평소 10km 내외 산행이 적당한데, 대원님들에게 민폐나 끼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과유불급 조심할 나이에 22km 산길이 무척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기어이 산길을 나선 진짜 속마음은 이 나이 아직 살아있는가? 스스로를 실험해 보고 싶은 지 모른다. 지치고 쓰러지면 할 수 없지. 그래도 마무리를 잘하면 아직도 살아 있음에 대한 희열 같은 것, 그런 마약 같은 짜릿함에 젖어 보고자 한 얄팍한 욕심이다.

조심하면서 현명하게 속도와 컨디션을 잘 조절하자.

산은 꼭 힘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속도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목표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자신감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을 안고 힘이 없어도 속도를 내지 못해도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여백으로 간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제 오르지 않아도 오르고, 가지 않아도 갈 수 있길 바란다.

사람들은 민들레 홀씨되어 흩어지듯 각자의 방향으로 길을 택해 떠난다. 선택한 길은 다를지라도 각자의 선택은 옳은 길이기에, 그들이 가는 길에 늘 영광이 있길 바란다. 초파일 부처님 오신 날 단상이다.

○ 산행 시작

새벽 1시 30분 광주 출발, 3시 30분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주위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산행 준비하고 성삼재 이정표 기념 한 장 남기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무넹이

노고단 물줄기를 구례로 흐르게 한 곳이다.

무넹이보에서 기념 한 장

노고단 계곡 물을 모아 무넹이로 보내는 곳

노고단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힘차다. 이 물줄기는 무넹이보에서 모여 무넹이를 거쳐 구례 들녘을 적신다.

이곳이 구례군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노고단 고개로 향한다.

노고단 대피소

노고단대피소 야외 식수대

노고단 고개

노고단 탐방 시간은 5시부터다. 현재 시간은 4시다. 칠흑 같이 캄캄한 노고단 고개에는 노고단 탐방을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북새통이다. 전국에서 좋은 추억을 담고자 한 젊은이들이 모였나 보다. 나는 노고단을 패스한다.

노고단 고개 출발 기념 한 장

서서히 밝아오는 여명 속에 반야봉이 그 위용을 드러내는 순간을 뒤로하고 바쁜 걸음을 재촉한다.

첫 번째 조망터에서 노고단 운해를 만났다.

7학년에 22km 지리 산길은 부담이지만 오늘 걷는 이 길은 어떤 길일까?

어스름한 새벽 차가운 냉기를 뚫고 스쳐 지나가는 안개의 부드러움으로 걷는 산길이다.

동녘에 붉은 여명이 번지고 새로운 기운이 온 천지를 어루만질 때 들여오는 굵은 생명의 소리로 걷는 산길이다.

돼지령 조망터에서

여백을 안고 쉬엄쉬엄 걷는 산길이다.

노고단 운해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들으며 너울너울 걷는 산길이다.

돼지령

상큼한 공기가 안아주는 따스함으로 걷는 산길이다.

두 번째 조망터에서

하늘이 열리고 대지가 숨을 쉴 때 가만히 다가오는 지리산 연철쭉 그 어여쁨으로 걷는 산길이다.

오늘 함께한 대원님들

푸르른 숲 속 병꽃 꽃잎 파르르 떨림에 불어오는 피아골 새벽바람 시원함으로 걷는 산길이다.

나도 한 장

노고단 운해 구름 타고 훨훨 그 끝없는 무한의 세계로 나르는 산길이다.

반달가슴곰 주의 알림 종/반달가슴곰에 대비 치라는 타종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지리생태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일까?

피아골삼거리

이곳에서 피아골로 하산하는 갈림길이다. 가을에는 이곳을 거처 피아골 단풍에 물들고 직전마을 단풍에 취하는 산길이다.

임걸령식수

목마른 자여 그대 잠시 쉬어가라. 산다는 것, 그것 별거 아니더라. 아웅다웅 살지 마라.

임걸령에서 조망

쉬엄쉬엄 사랑하고 안아주고 이해하며 따뜻하게 살아라.

저 대지를 덮고 찬연히 떠 오르는 운해를 보라. 저곳에 옳고 그름이 있는가? 싫고 좋음이 있는가? 그냥 서서히 밝아오는 아름다운 아침 여명만이 있을 뿐이다. 저렇게 살아라. 그냥 살아라. 그냥 기쁘게 살아라. 그냥 좋아하며 살아라. 그냥 사랑하며 살아라. 그냥 따스하게 살아라.

임걸령 쉼터

연녹색 숲 속사이로 햇살이 비치고

노루목에 도착했다.

반야봉 삼거리

이곳 반야봉삼거리는 낙동강 물과 섬진강 물을 가르는 중요 지점이다. 노루목에서 반야봉 삼거리를 지나 삼도봉 삼거리까지의 물줄기는 피아골로 흘러들어 섬진강으로 흐른다. 나머지는 달궁을 거치고 또 한줄기는 뱀사골을 지나 반선에서 합수하여 만수천과 람천을 지나 진양호로 흐르고 남강을 거쳐 낙동강으로 흐른다.    

반야봉 오름길에 조망

먼 옛날 어느 한 곳에 모여 살던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먹고사는 것이 모자라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져 떠났다. 사방팔방 온 세상 방향으로 흩어지고 또 거기서 흩어지고 그렇게 하길 수 만 번, 그러다가 이제는 거대한 우주를 만들어 하나가 되었다.

반야봉 오름길에서

어느 것 하나 옳고 그름 없이 다 달라도 각자의 모습으로 하나의 거대한 우주가 되었다.
모두가 다르니 우주가 아름다운 것이다. 그 다름은 서로가 인연이 되어 변하면서도 우주 자체는 그대로이니, 아 ~ 오온이 공함이로다.

반야봉 오름길에서

있는 것 같으면서도 없고, 없는 것 같으면서도 있으니, 옳고 그름이 다 부질없고, 화내고 성냄이 다 부질없는 일이다.

반야봉 오름길 구상나무 고목

탐진치를 버리고 고통의 세계에서 벗어나 참 진리의 언덕으로 오르라. 부처님이 중생에게 전한 가르침이다.

반야봉 오름길에 만난 연철쭉

반야봉 오름길 연철쭉

반야봉 오름길 쉼터

반야봉 쉼터 현 위치

반야봉을 향해 있는 기운을 다 써본다. 힘들다.

반야봉 오름길 계단

반야봉 오름길 계단에서 망중한

이 힘들고 어려운 산길을 왜 기어이 가려하는가?

지리산이 부른다고 하지만 사실은 말할 수 없는 한스러움이 있다.

시간이 지나버린 한스러움이다.
다시 오지 않는 한스러움이다.
어떻게 할 수 없는 한스러움이다.
살면서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한스러움이다.

이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스러움이다.
이 길을 걷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한스러움을 안고 이 길을 오른다.

반야봉 암릉과 구상나무 고목

지리산 반야봉 정상석

다시 만난 환희. 반야봉 정상석 기념 한 장

반야의 지혜가 넘실대는 운해를 타고 넘실 넘실 맘껏 오온이 공함을 느껴보자. 인식되는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변하는 공의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길 바란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실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관계와 조건에 따라 잠시 성립하는 것으로 끊임없이 변하기에 집착을 내려놓고 실체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어, 고집멸도의 해탈의 경지에 이르기를 바란다. 꼭 반야봉을 오르지 않아도 언제 어디서나 깨달을 수 있는 반야의 지혜를 헤아려 볼 수 있길 바란다.

오늘 어쩜 반야봉과 이별을 하러 올랐다.

요 며칠 전에 천왕봉과 이별을 했다. 혹여 다시 살아올지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이별을 했다. 잘 있어라 나의 사랑 지리산 천왕봉이여~라고

이제 반야봉과 이별을 해야 할 차례다. 어디서 보아도 금방 알아볼 수 있는 반야봉이다.
힘겨운 산길을 굳이 오르는 이유는 어쩜 반야봉과 이별하고자 한 것이다.

이제 무리다. 반야봉아 잘 있어라~ 혹여 살아 다시 올지 몰라도 아마 다시 오르기가 어려울 것 같다. 사랑하는 반야봉아 잘 있어라~

이별을 하는 것은 아련하다. 이별 앞에 짠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세월의 흔적이 이별을 부른다.

이제 이렇게라도 이별을 할 수 있어 천만다행이다. 어쩜 이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기도 하다.

이런 이별마저 못하고 돌아선다면 그 그리움이 또 얼마나 클 것 인가?

지리산 반야봉에서 바라본 노고단 - 성삼재 - 만복대 - 정령치 라인

반야봉에서 바라본 지리산 주 능선과 천왕봉 라인

반야봉에서 바라본 왕시루봉 라인과 광양 백운산 조망

굽이 굽이 장쾌한 지리 산줄기와 계곡에 쌓인 한과 서러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반야봉 연철쭉은 예쁘게만 피었다.

반야봉 진달래

늦은 진달래가 피었다. 고도 1,800m에서 만난 5월 중순 진달래다.
붉디붉은 꽃잎이 왜 이다지도 이쁜지, 한참을 바라본다.
세상이 저리 이쁘면 얼마나 좋을까?

반야봉 연철쭉

5월 중순 반야봉을 오른 이유이다. 지리 반야봉 연철쭉의 화려한 외출을 반긴다.

이리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연분홍 지리 반야봉 연철쭉에 새긴 사연 그 누가 알리오마는, 수줍은 저 앙증맞은 자태는 또 누구를 기다리느라 저리 교태를 부리고 있을까?

하산길에 반야봉 암릉과 구상나무 고목

노루목에서 삼도봉으로 가는 등로와 만나는 삼도봉삼거리 이정목

삼도봉

지리산은 3도와 5개군과 15면을 걸쳐 있는 한반도의 진산 중 진산이다.

삼도봉은 3도인 전라남도와 전라북도 그리고 경상남도가 모인 곳이기도하고 갈라진 곳이기도 한다.

삼도봉 이정목

오늘 산길 내내 붉은 병꽃이 함께한다.

풀솜대가 지천이고

화개재를 향하여 급경사 하산데크길을 하염없이 내려간다.

화개재

화개재 이정목

화개재 이정목 앞에서

쥐오줌풀

토끼봉 오름길에 만난 연철쭉

힘겨운 굽이를 넘어 어렵게 토끼봉에 올랐다.

토끼봉을 지나 명선봉까지 긴 산길이다. 이곳은 훼손지 복원 사업이 진행되는 곳이다.

자연 생태계가 잘 복원되길 바란다.

연하천대피소로 가는 나무계단 하산길

연하천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

연하천 대피소 식수대

연하천대피소 앞에서 대원님들과

연하천대피소 이정목

동의나물

연하천대피소 천상의 화원

삼각고지 현 위치

삼각고지 이정표 앞에서

음정으로 가는 등로 숲길

삼각고지를 지나 싱그런 녹음 짙은 숲길에서 맛있는 점심을 하고 오후 산행을 시작한다.

한참을 능선길로 하산하다 연하천삼거리로 가는 급경사 하산길을 무던히도 지루하게 걸어 내려왔다.
  

삼각고지 쉼터이다.

연하천삼거리 입구

한참을 더 무지막지 급경사 내리막길을 힘겹게 내려오니 벽소령임도길과 만나는 연하천 삼거리이다.
  

연하천 삼거리 이정표

함박꽃

음정 벽소령 탐방로 입구

음정마을

음정마을 백두대간벽소령 석탑

○ 지리산 반야봉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부처님 오신 날 지리산 반야봉을 올랐다. 늘 가보고 싶었던 반야봉을 올라 화려하게 피어 있는 반야봉 연철쭉을 보고 나니 기쁨이 두 배이다.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은 하늘을 받치고 있는 두 기둥이다. 거대한 지리 산줄기가 꿈틀거려 장쾌히 서에서 동으로 흐를 때, 그 넉넉함을 지키며 하늘을 받쳐 모든 생명의 울음을 안고 묵묵히 그저 오온이 공함을 바라볼 따름이다. 반야의 지혜로 탐진치를 걷어내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