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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

2026.03.26. 오키나와 다섯째 날 돌아감

by 하여간하여간 2026. 3. 26.

오키나와 다섯째 날이다. 오늘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모노레일 전철을 타고 나하 공항으로 이동

오키나와 팔선녀에 정신이 팔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나흘이 훌쩍 지나갔다. 정이 들랑 말랑 할 때 떠나야 한다.

그래야 아쉬운 그리움이 마음 저편에 남아 오래오래 생각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 그리움 실바람에 실어 멀리멀리 태평양 너머로 날려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람이 시원하다.
제주 남정네 놈들도 이때쯤 돌아갔어야 했다. 더 머물다간 오키나와 용녀에게 잡혀 영영 주저앉아버릴지 모른다.

화창한 날씨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실바람이 잡아 눌러 앉히기 전에 어서 일어나야 한다.

4일 동안 꿈을 꾸었다. 서포 김만중이 남해 노도에서 구운몽의 꿈을 꾸듯

남녘 머나먼 환상의 섬 오키나와에서 팔선녀가 긴 팔색 선녀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꿈을 꾸었다.

붉은색에 노란 옷을 입은 여인네가 사자춤을 추고

뱃사공들은 큰 북을 두들기며 소란 소란 뱃노래를 부르는 낙원에서 꿈을 꾸었다.

"고시" 그놈이 헐거운 바지자락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끝없는 검은 바다를 동경하며 끼억끼억 해안 절벽 위 너른 들녘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에메랄드 빛 바다에 영롱한 진주를 머금은 거대한 소라가 엉금엉금 기어 다니고, 갖은 색깔의 산호초 사이로 온갖 고기 때가 헤엄치는 환상의 바닷속을 돌아다니는 꿈을 꾸었다.

고래와 상어가 때를 지어 헤엄치는 바닷속에 하얀 연을 펄럭이는 가오리가 한껏 폼을 내는 환상의 바닷속을 유유히 유영하고, 두꺼운 갑옷을 둘러치고 너울너울 바닷속을 기어 다니는 거북이의 손짓을 따라 먼바다 전설 속 용왕이 사는 곳을 찾아가는 꿈을 꾸었다.

어릴 적 남녘 하늘에 흰 뭉게구름이 솜털처럼 떠오를 때 저 남녘에는 어떤 신들이 살까? 늘 궁금하던 그 남녘 '시사' 신이 사는 원시림 사이를 매서운 사자가 머리털을 휘날리며 눈알을 부라리고 거칠게 포효하며 거닌 꿈을 꾸었다.

태초에 소리가 있어 세상만물이 태동하고 있었다. 태평양 바다 한 자락에 푸른빛 감도는 검푸른 바다를 해쳐 아련히 금빛 하늘이 열리고 영롱한 아침 햇살이 붉게 비출 때 류큐 왕국의 쇼우다 왕이 동쪽 태양을 숭배해 두 손을 모아 연신 굽신거리며 제사를 올리고 쇼이치 왕이 먼바다 용왕님께 우리를 굽어 살피소서 연신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는 꿈을 꾸었다.

끝도 없는 산호초 부스러기가 하얀 모래사장을 만들고 태평양 가는 파도가 철석철석 부드럽게 어루만질 때 가늘고 흰 한스러운 기묘한 소라의 노래가 울러 퍼진 그 환상의 낙원을 팔선녀에 둘러 쌓여 이리저리 헤매고 있는 몽롱한 꿈을 꾸었다.

태평양 선녀가 몰아쉬는 숨 바람이 신선한 바람이 되어 불어오고 검푸른 바다의 상큼함에 취해 사케를 마신 것처럼 둥둥 떠다니는 꿈을 꾸었다.

이제 팔선녀와 헤어져야 한다. 기약 없이 헤어져야 한다. 언젠가 또 어디서 혹여 만날지도 모른다.  

따스하고 아늑한 카페에서 포근한 입맞춤을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별을 한다.

신이 사는 환상의 섬
제주 남정네들을 다 잡아먹은 섬
팔선녀가 팔색 옷을 입고 사자춤을 추는 섬

그 아름다운 환상의 섬 오키나와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