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누구랑 : 혼자
2. 걸음 : 천황사 주차장 - 천황사 - 바람 폭포 - 광암터 - 광암터삼거리 - 통천문 - 천황봉 왕복 (3 km×2=6km)

올 가을 월출산을 여러 번 올랐다. 그때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천황봉을 오르지 못했다.

깊어가는 이 가을, 월출산 천왕봉에 올라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영암들녘을 보고 싶었다. 남녘의 넉넉함을 보고 싶었다. 수석전시장인 월출산의 정기가 서린 장쾌한 기암 능선길을 만나고 싶었다.

장군봉과 사자봉, 구정봉, 노적봉과 시리봉, 향로봉, 달구봉과 왕자봉 등 등 월출 달뜨는 봉우리들이 품고 있는 수려하고 장쾌한 능선들을 보고 싶었다.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에라 모르겠다. 만사 제치자. 꼭두새벽 광주에서 영암으로 가는 첫 버스에 몸을 실었다. 영암버스터미널에서 군내버스로 영암 월출산 천황사주차장 입구까지 실어다 준다.

천황사야영장 앞에 있는 거북바위(남생이)

거북바위는 월출산의 정상을 향해 오르려는 거북이의 힘찬 몸짓이 특징이며, 아들을 낳고 싶은 여인이 거북을 어루만지고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신령스러운 전설이 전해 온다.

이제부터 천황사주차장 - 천황사 - 바람 폭포 - 광암터 - 광암터삼거리 - 통천문 - 천황봉 왕복 산행 3 km×2=6km를 걸어보자.

한참을 올랐나? 바람폭포가 반긴다.

바람폭포는 상부에서 솟아오른 석간수가 아무리 가물어도 마르지 않으며 폭포의 높이가 15m나 되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여름철에는 바람골 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마주쳐 이따금 물보라를 일으키기도 하며, 겨울철에는 흐르는 물이 얼어붙어 빙폭이 되기도 한다.

바람폭포 셀카 기념 한 장

이른 아침 월출산 천황사 코스에는 사람이 없다. 고요하다. 신선한 공기가 폐부를 적신다. 상쾌하다. 바람결이 스친다. 신선이 걷는 길이다.

하늘 높이 솟은 사자봉 라인의 기암들 위로 파란 하늘 새털구름이 몽실몽실 피어난다.

급경사 최단거리 천황봉 오름길은 한 걸음 한 걸음이 힘들다. 한 계단 오를 때마다 펼쳐지는 월출산의 기암괴석 능선길은 황홀하기 그지없다.

고도를 높일수록 아침 햇살을 받은 사자봉 라인의 기암들이 그 장엄한 모습을 드러내고

발걸음은 힘들어도 기분은 한껏 업이다. 기분이 좋다. 밀린 숙제를 다 한 기분이다.

아침 햇살이 정면으로 비치는 기암들은 참으로 기운차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영암 월출의 기운이 용솟음치는 화려한 풍광이다. 영암 월출 힘찬 묏길은 이럴 때 딱 맞는 말이다.

언제나 결정하고 실행하면 되는 일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게으르고 나태하고 핑계되고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 보내는 일들이 일상이 되어 가고 있는 요즘 과감한 결정과 실행은 나를 새롭게 태어나게 한다.

요즘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하여 함께하는 산행이 대부분이지만, 오늘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발걸음이다. 그룹과 속도를 맞출 필요도 없고 산행시간에 쫓겨 보고자 한 것을 놓치거나 생략하는 아쉬움도 없다.

아직 남녘은 아침 안개에 깊이 묻혀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남녘의 황금 들녘에 아침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오늘은 순전히 월출산 천황봉을 알현하러 가는 길이다. 느긋하면서도 여유롭게 내 발걸음에 맞춰 오르는 산길은 편안하다 못해 즐겁기까지 한다.

통천문
이 문은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에서 동북쪽으로 약 100m 아래에 있다. 천황사 쪽에서 바람폭포 또는 구름다리를 지나 천황봉 쪽으로 오르는 때 만나는 마지막 관문의 바위로서, 이 굴을 지나야 천황봉을 오를 수 있다. 천왕봉에 이르는 문의 역할 때문에 통천문이란 이름이 생긴 것인데, 이는 월출산 최고봉을 지나 하늘로 통하는 높은 문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 바위굴에 들어서면 시원한 바람과 함께 월출산 북서쪽 능선이 펼쳐지며, 멀리 내려다 보이는 영암고을과 영산강 물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디어 월출산 정상 천황봉

역시 월출산 천황봉 정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날씨가 좋다. 요 근래 비가 자주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기 일쑤였는데 오랜만에 가을 다운 날씨가 펼쳐진다. 청명한 하늘이다.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서서 바라본 남녘의 들녘과 주변 산군들이 겹겹이 쌓여 펼쳐지는 풍광은 장관이다.

무등산이 뚜렷이 우뚝 솟아 남녘의 주산임을 보여주고

장군봉과 사자봉 능선 너머 겹겹이 산그리매를 그리고 있는 남도의 산군들과 멀리 펼쳐지는 지리산 반야봉과 주능선 그 끝에 자리 잡은 지리산 천왕봉의 조망은 월출산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조망으로 그 수려함을 어떻게 담아야 할까?

구정봉과 향로봉 그리고 미황재로 이어지는 월출산 주 능선길인 땅끝지맥의 장쾌한 능선길은 참으로 기운차게 흐르고, 향로봉 좌, 우 능선의 수려함 너머로 펼쳐지는 남도의 산군들의 속삭임은 한 폭의 진경산수화가 아니고 무엇이랴?

큰 바위 얼굴과 향로봉 너머 노적봉과 주지봉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월출 풍광 앞에 할 말을 잃는다.

눈길을 조금 돌리니 사자봉과 달구봉 그리고 왕자봉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 너머로 남녘의 산군들이 꿈처럼 펼쳐지고 멀리 제암산과 천관산 산군들이 아기자기 숨바꼭질하듯 오손도손 늘어서 있는 기막힌 산군들 사이로 펼쳐지는 황금빛 풍요로운 들녘은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서만 볼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천황봉에서 바라본 달구봉 왕자봉 라인

노적봉과 시리봉 라인, 주지봉과 문필봉의 아련한 산줄기와

상, 하 은적산을 끼고 펼쳐지는 영암 서호 들녘의 넉넉함은 무슨 색으로 담아야 할까?

한참을 월출산 천황봉 정상에 서서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월출산 기운을 듬뿍 받았다. 아침 햇살을 정면으로 받고 있는 천황봉 정상석이 오늘따라 더 빛난다.

천황봉 정상석이 씩 웃는다. 마치 어린애처럼 순백의 미소를 머금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무척이나 보고 싶어 했던 내 마음을 알아차렸을까?

둘만이 있는 이 고요한 순간, 수줍은 첫사랑 소녀처럼 해맑은 미소만 잔잔히 머금고 그 깊은 사랑의 의미를 살포시 내밀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와락 천황봉을 안아 품었다.

따뜻하고 포근했다. 사랑스러웠다. 남도의 깊은 정으로 꼭 안았다. 그립고 보고픈 마음을 꾹꾹 눌러 한껏 안았다.

말없이 그저 잔잔한 미소로 대답하는 월출산 천황봉과 데이트에 시간 간 줄 몰랐다.

얼마나 정신없이 월출산 천황봉과 사랑놀음을 하고 있었을까? 또 다른 사랑꾼이 올라오고 있었다.

천황봉 정상석 인증 기념 한 장을 용케 담을 수 있었다. 고맙고 감사했다.

나만의 천황봉 사랑놀이를 마무리하고 월출산 정상 소사지 이야기를 살펴보고 하산한다.
월출산 소사지 이야기

월출산 소사지(小祀址)는 월출산 천황봉에 위치한 유적으로, 통일신라시대부터 임진왜란 전까지 국가에서 제사를 지내던 장소이다.

월출산 천황봉은 전국의 명산대천(名山大川) 중 대사터 3곳, 중사터 24곳, 소사터 23곳 중에서 유구가 확인된 유일한 소사터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산신제가 행해졌으며, 발굴된 유물로는 통일신라시대 토제향로와 토우 편, 고려시대 녹청자 접시, 조선시대 백자접시 및 다수의 기와 조각이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은 신성하게 여겨져 많은 이들이 국태민안과 가문 번영을 기원하러 방문한다.

월출산 정상의 이름이 '천황봉'인 이유는 이 봉우리가 예로부터 신성하게 여겨져 나라와 백성의 평안을 비는 하늘 제사가 올려졌던 곳이기 때문이며, 이름 자체는 ‘하늘의 황제’에 해당하는 위엄과 신성함을 상징한다

월출산 정상 주변 안내와 방향 표시석
오늘 혼자 월출산 정상 천황봉을 올랐다. 모처럼 파란 하늘아래 장쾌하게 펼쳐지는 남도의 산군들을 조망하는 천황봉 정상의 기막힌 풍광과 그렇게도 그립고 보고픈 천황봉을 안고 오랫동안 사랑놀음을 실컷 하고 돌아왔다. 내년에 다시 오마 약속을 했다. 늘 걷고 오를 수 있도록 과유불급 보살펴주소서 간절히 기도하고 하산했다. 행복한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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