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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명산

2025.10.21. 광주 무등산 서석대 - 장불재 물매화 - 안양산 산행

by 하여간하여간 2025. 10. 24.

퇴임 후 여유가 생겼다. 이제는 늘 맘속에 있던 산행을 자유롭게 해 보자. 지인에게서 무등산과 안양산을 가자고 연락이 왔다. 그렇잖아도 어디를 갈까 하고 있는데 마침 잘 되었다. 더 생각할 것도 없이 흔쾌히 베냥을 맨다.

남광주역시장에 들러 요사이 별미인 전어회를 샀다. 무등산 정상에서 막걸리 한잔에 싱싱한 전어회를 대접하고 싶었다.

늘 익숙한 길로 코스를 잡았다.
증심사주차장 - 무등산국립공원탐방센터 - 노무현길(문민정사 - 당산나무 - 중머리재 - 장불재) - 입석대 - 서석대 - 인왕봉 - 장불재로 회귀 - 장불재 물매화 - 장군봉 - 안양산 - 장불재로 회귀 - 증심사주차장 원점 회귀 (약 17km)

평소보다 많이 걸었다. 함께한 지인님이 산 욕심이 많다.
무엇이든 열정을 가지고 힘차게 열심히 사는 모습이 사람에게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다. 열정이 발현하는 시기는 온갖 것이 내 것 같고 자신이 있어하는 행동과 생각에 힘이 있고 향기가 있다. 풋풋한 새싹 같은 싱그러움이다.

무등으로 향하는 마음은 편안함 그 자체이다.
노무현길을 걸었다. 작고하신 노무현대통령의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철학과 인간에 대한 순수함, 정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숭고함, 그리고 오랫동안 국민들 가슴에 남아 있는 존경과 그리움 등 많은 이야기를 하며 오른 노무현길은 지루하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장불재에서 입석대로 올라 서석대에 섰다. 지인 한분은 발걸음이 빨라 인왕봉까지 벌써 다녀온 터이다.

평소 주말에는 늘 북적이던 서석대가 한적하다. 주중이어서 일까? 서석대를 독차지하고 가을 분위기가 물씬 풍긴 서석대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무등을 추억의 베냥에 많이도 담았다.

서석대 정상에서 준비해 온 전어회에 막걸리 한잔의 오찬은 꿀맛이었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우리네의 행복 아닐런가? 참으로 좋다. 참으로 행복하다. 늘  이랬으면 좋겠다. 함께한 지인님들도 늘 건강하고 씩씩한 열정이 식질 않길 바란다.

무등산 서석대는 호남정맥의 기가 강하게 흐르는 곳이다.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분기하여 금호남정맥을 타고 흐르는 산줄기가 전북 진안 주화산에서 분기하여 호남 산하를 어루만지며 유유히 흐르고, 이곳 무등산 서석대를 거쳐 광양 백운산으로 흐르는 산줄기이다.

서석대에서 점심을 하고 장불재로 다시 돌아와 전번에 보았던 물매화를 찾았다.

지난번에는 한 무리에 오롯이 미소 짓고 있는 물매화만 보았는데 오늘은 지천에 물매화가 얼굴을 방긋 내밀고 하얀 미소로 반긴다.

어찌나 예쁘고 깜찍하고 순수하고 맑은지 그저 바라만 보아도 한가득 행복이 밀려온다.

내 어릴 적 중학교 때 처음 본 여학생이 꼭 이랬다. 순수한 첫사랑이다. 지금은 하늘나라로 갔지만 그녀가 다시 살아 환생한 것일까? 누구나 어릴 적 추억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기에 사무치도록 그리움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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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추

구절초

용담꽃

안양산으로 향한다. 장불재에서 안양산까지 능선을 우리는 백마능선이라고 한다.

완만하면서도 오르내림이 마치 백마의 안장처럼 보여서이다. 그 가운데 우뚝 솟은 봉우리를 장군봉이라고 한다. 백마를 타고 전장으로 나가는 늠름한 모습이다.


어떤 이는 여자의 가슴처럼 생겼다고 하는 사람도 있어 그렇게 보는 사람도 있다.

암튼 백마능선에는 이 시기 억새가 장관이다. 백마능선 바람결에 출렁이는 하얀 억새 물결은 보고 있노라면 마음속 근심은 어느새 날아가고 환희와 설렘으로 가득한 가을 동화나라에 서 있게 된다.

연약한 갈대의 흔들림을 보고 누가 줏대 없는 여인 같다고 하였는가? 억새가 흔들리지 않으면 어느 것이 흔들리겠는가? 연약하기에 흔들리고 흔들리기에 살아서 마지막에는 올곧은 세상을 꽃피우지 않던가?

연약하기에 집단으로 흔들리고 집단으로 흔들리기에 장엄하고 쓰러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꽃 피우지 않던가?

전쟁통에 자식새끼 밥 굶기지 않기 위해 차가운 땅바닥에 하루 종일 앉아 푸성귀 한 다발을 팔아 낸 가난에 찌든 우리네 어머니들이 그렇고

자식새끼 공부 가르치겠다고 이역만리 머나먼 이국땅 수천 미터 지하 광산에서 철광석을 캐낸 독일파견 광부들이 그렇고

피투성이 범벅이 된 시신을 닦아내며 형제자매 뒷바라지 하느라 눈물 마를 날이 없었던 파독 간호사가 그렇고

앞이 안 보이는 사막먼지 뒤집어쓰고
가족을 위해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중동으로 돈벌이하러 간 용접 기능공이 그렇다.


억새처럼 모질게 흔들리며 꺾이지 않고 살아낸 우리들의 이웃이 그렇다.

힘없는 백성이 그렇고 차별받고 무시당한 민중이 그렇고 억압과 독재에 맞선 정의로운 시민이 그렇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이 노래하듯 아프지 않고 피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구름은 바람 없이 갈 수 없고 인생은 사랑 없이 살 수 없듯이 억새에 이는 바람에 휘날리는 은빛 찬연한 백마능선 억새는 오늘도 그저 그리움과 설렘으로 흔들리고 있다. 

속이 비어 있기에 꺾이지 않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강인함을 배우게 하소서.

돌아오는 산길이 바쁘다. 예상보다 많이 걸었다. 속도를 낸다. 오랜만에 무등의 품에서 하루 종일 지낸 행복한 하루이다. 푸짐한 안주와 산행 후렴 막걸리 한 잔에 오늘 피로를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