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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산

수 류 화 개 (水流花開) -해남달마산

by 하여간하여간 2010. 4. 4.

 수 류 화 개  (水流花開)                           


                                         하늘저편 (未像 ; 유 상완)

* 함께한 사람들 ; 광주 요산회
* 산행일자 ; 2010. 03. 28 (일)
* 산행지 ; 해남 달마산 (땅끝기맥중 큰닭골재 =>땅끝 구간) 17km

우리의 가곡 봄 처녀에서
이은상은 
새풀옷 입고
구름너울 쓰고
진주이슬 신었다고 읊었다.

하지만 나의 봄 처녀는
겨우살이 혹독하였지만 하얗게 피어난 매화 저고리에
유채꽃이 바람에 시달리다 못해 춤사위 한창일쯤 노란 차마 끌어 내리며
진달래 지천에 꽃망울 터트리노라면 분홍신 갈아 신고
그리고
개나리 머리핀에 벚꽃으로 너울을 쓴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올까
남녘에서 바람이 이는 것을 일찍부터 기다렸으나
급한 마음에
하행선에 몸을 실으니
그곳이 땅끝기맥에 속한 달마산이다

중국의 곤륜산맥(昆仑山脉)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달리다
만주의 장백산맥과 백두산을 거쳐
한반도로 내려와
백두대간의 수만리의 여정을 끝내고
남해 바다로 잠들기 전
마지막 힘을 다 쏟았는지
첨예한 기암괴석이 하늘을 찌르고
발 아래로 수길 벼랑을 떨쳐 놓은 곳인데
우리 선조들은
곤륜의 ‘륜’자를 생각하며
그 끝자락을 해남의 두륜산이라 하였다 한다.

설악산·월출산·처럼 바위가 돌출되어 있으면 양산이라 한다.
그리고 산을 오행(五行)으로 분류 하자면
바위봉우리가 첨예하게 치솟은 산을 화산(火山)이라 하는데
오늘 산행하는 달마산은
덕룡, 주작의 봉우리들과 함께
마지막 40여 km를
마치 불꽃처럼 활활 타 오르는 양산이자 화산이다

'철부지'는 철을 모른다는 말로써
'부지'는 한자로 '부지(不知)'이다.
철을 안다는 것은
사계절의 순환에 맞추어 산다는 의미이고
이렇게 항상 의연하게 자리를 지키는
화산에서의 봄맞이는
수류화개(水流花開 ; 흐르는 물처럼, 피는 꽃처럼)를
떠올리게 한다.

이 말은 중국 송나라때 시인 황산곡(黃山谷)의 시(詩)
‘만리장천 운기우래 공산무인 수류화개
(萬里長天 雲起雨來空山無人 水流花開
  ; 구만리 푸른 하늘에 구름일고 비가 오도다.
    빈산엔 사람조차 없는데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에서 유래한 것인데

시공일여(時空一如)'란
시간과 공간의 일치를 말한다.
그래서
수류화개라는 시간과
달마산 이라는 공간의 일여를 생각하며
인생이란
맑게 흐르는 물처럼 
시간되면 피어나는 꽃처럼
주어진 삶을 낙천(樂天)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완성 한다는 뜻으로
항상 인생의 좌우명처럼 여기고 싶은 것이다

대륙적 사고로 보면
곤륜에서 두륜으로 끝나지만
해양적 사고는 그렇지 않다

백제 22담로의 연안이자
해양실크로드의 동북아 항로 중심이며
신라 장보고의 해상왕국을 열었던 바다

지금은 동중국해(東中國海)로 불리지만
서방에서는 17세기 까지만 해도 고려해(Sea Of Corea)로
알려진 우리의 남해바다

강진에 유배 되었던 다산 정약용이
초고를 마친 원고를
훅산도의 형 손암 정약전에게
감수를 받아와서
경학(經學)집 232권과
일표이서를 포함한 경세학서(經世學書) 138권에
시문집과 기타 저술을 포함한 문집 260권을 합하여
총 492권을 저술하여
다산학의 산실이 되었던 바다  

그 바다밑에
대륙붕 이라는  심지를 깔고
토말(土末)  사자봉으로 솟구쳐 올라
곤륜을 향해
바다의 에너지인 수기(水氣)를 공급하니
두륜이 시작인 것이다

세익스피어의 
맥베스,·리어왕,·오셀로에 사용된 단어의 수를 세어보면
평균 3만여 개로 서로 엇비슷하다고 한다.
그러나
비슷한 숫자의 단어들로 이루어진 이 세 희곡이
모두 맥베스가 되는 게 아니고
우리에게 전혀 다른 감흥을 주는 이유는
사용된 단어들의 배열과 조합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연계에서 침팬지와 인간의 DNA 염기서열은
98.7%가 동일하다
하지만 1% 남짓의 유전자 차이가 만들어낸 생물학적 차이는 엄청나다.
우리 인간은
침팬지는 상상도 하지 못할 눈부신 기계문명을 일으켰다.

오늘 달마산에 오르는 요산회 가족들도
산행모습은 닮은 듯 비슷해 보이지만
모두 멕베스가 아니고
1% 의 차이로 인하여
각자의 감정과 감동은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래 달마야...!
남해 바다의 수기와 더불어
우리 님들의 1% 차이도 함께
곤륜을 향해 떠나거라.

한반도 등줄을 타는 동안
우리 님들의 다양한 바람과 소원이 이뤄 지게하고
백두산 천지에 이르러
우리민족의 아픔을 새기라

그리고
마지막 곤륜에 이르거든
신화속의 곤륜산에도
너의 에너지를 아낌없이 내어주며

지금의 이별이 먼 훗날의 후회일줄 알지만
사랑하지만 떠나야만 했던
내 사랑 정아의 회한이
깊은 한숨으로 토해져
저 타클라마칸 사막과 고비사막의 광풍을 일으키게 될 때

구만리 푸른 하늘에
구름일고 비가 오며
빈산엔 사람조차 없지만
물이 흐르고 꽃이 피게 하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