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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명산

2021.09.30. 순창 용궐산 하늘 길 산행

by 하여간하여간 2021. 9. 30.

1. 산행일자 : 2021.09.30(목)

2. 누구랑 : 혼자

3. 산행구간 : 용궐산치유의 숲 주차장-하늘길-현미지좌-느진목-된목- 용궐산-된목-용굴-용유사암자터-용알바위-청풍정-주차장

 

 

4. 산행소감

용궐산은 순창에서  무량산과 연계하여 산행을 하는 아름다운 산이다. 정상에 서면 무등산, 지리산 반야봉과 천왕봉, 견두산, 철마산, 만행산, 팔공산 그리고 회문산 등 사방 팔방 조망이 좋고 섬진강의 정겨움과 요강바위 그리고 어치계곡에 얼킨 전설 등 주변 볼거리가 많은 탓이기도 하다.

올해부터 개방된 용궐산 하늘 길이 산객들에게 인기가 있어 주말 마다 용궐산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찾는 이가 너무 많아 주말에는 주차장이 만원이 되어 어려움을 호소할 정도이다.

개인적으론 용궐산을 무량산과 연계하여 2번 올랐다. 그러나 어치계곡의 운치와 현미지좌을 가보지 못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던 터에 하늘 길이 열려 더욱 용궐산을 가보고 싶어 주중에 혼산을 하기로 맘먹고 배낭을 멘다.

 

역시나 용궐산은 섬진강과 어울려 그 아름다움과 가슴 찡한 정겨움을 간직하고 있다. 바로 앞에 별동산 사이로 흐르는 섬진강은 유유히 남도를 향해 긴 여정의 나래를 풀고 여유롭게 흐르고 섬진강변에 삶의 터전을 간직한 사람들의 애환을 말없이 모듬어 안고 흐르고 있다. 이런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하늘 길이 열려 더욱 아름답게 느낄 수 있어 행복한 힐링 산길이다.

 

5. 산행 추억

 

용궐산

산 이름은 산세가 마치 용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형상이라는 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용골산(龍骨山)이라 불렸는데 이 명칭이 ‘용의 뼈다귀’라는 죽은 의미를 갖고 있으므로, 산이 살아서 생동감 넘치는 명기를 제대로 발휘하도록 하자는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중앙지명위원회를 열어 2009년 4월 용궐산(龍闕山)으로 명칭을 개정하였다. 원통산에서 남진하는 산릉이 마치 용이 자라와는 어울릴 수 없다는 듯 서쪽 섬진강 변으로 가지를 치며 솟구쳐 있다. 용같이 우뚝 솟아 꿈틀거리는 듯 준엄한 형세를 띠고 있으며, 앞에는 만수탄[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여기서 부터 용궐산 하늘길을 만나는 곳까지 구간은 급경사 오름길이다. 새로 만든 바윗길이여서 초보자들에겐 다소 힘든 구간이 될 것 같다. 혹시나 하늘길을 소풍오듯 오는 방문객은 한숨이 절로 나오는 구간이 될 것 같다. 그러나 고생 끝에 락이 있다고 조금 참고 오르면 그야말로 섬진강을 가장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기다리고 있으니 즐거운 마음으로 오르길 바란다. 

 

  

이 길을 우린 쉽게 오르지만 이 길을 만든사람들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는가? 감사한 마음으로 걸어야 한다. 순창군 훌륭한 공무원의 아이디어로 이 길이 열었다고 한다. 창의적인  순창군 공무원에게 박수를 보내며 감사한다.

 

 

긴 오름길을 참고 오르면 이제부터 하늘길이 시작된다. 거대한 슬랩에 잔도를 조성하여 섬진강의 아름다움과 주변 풍광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게 하늘길은 잘 정비 하여 놓았다. 즐건 마음으로 하늘길에 접어 든다. 

 

 

 

하늘길 자체도 아름답지만 하늘길을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면서 변하는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담느라 나는 정신이 없다. 어디를 보아도 어떻게 담아도 명작품이 되는 이 아름다운 순간을 혼자서 맘껏 즐긴다. 참으로 행복한 힐링이다. 

 

 

사자성어를 바위에 새겨 놓았다. 보기에 따라 자연을 훼손한 것으로 얼굴을 찌푸린 이가 많다. 산행중간에 이 작업을 하고 있는 작업자를 만났다. 그의 말로는 '처음 순창군의 생각은 이 길을 학생들에게 극기체험을 하는 길로 생각하고 담양 가마골에서 부터 시작하여 용추봉과 회문산을 거쳐 남원 및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한국 전쟁 당시 빨치들의 루트를 염두에 두고 학생들에게 사자성어를 바위에 새겨 인성과 자연보전을 교육하려 해서 바위에 새겼는데 그 후 환경단체의 극렬한 반대로 다시 지우고 원상복귀를 하려 한다'고 하였다.  순창군의 고민이 많았으리라 생각한다. 학생교육도 좋고 환경단체의 자연훼손 방지도 수긍이 간다. 지나간 어떤 산객이 말한다. 어짜피 바위에 새겼으면 그대로 두고 설명을 잘 붙여 지나가는 사람들에거 한번 쯤 그 뜻을 새겨 보는 것도 좋겠다고 한다. 나도 그 의견에 찬성한다. 자연은 가급적 그대로 두고 보전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렇게 예산을 들이고 공역을 들여 만들었으면 그 것을 잘 활용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안이기도 한다.  

 

 

추사의 「계산무진」

 

추사의 ‘계산무진’은 68세 전후의 만년 작품으로 계산(溪山) 김수근에게 써 준 글이다. “계산은 끝이 없다”라는 뜻으로 추사의 작품 중 균형미가 탁월하고 조형성이 매우 뛰어나다는평가를 받고 있다.

김수근은 안동 사람으로 호는 계산초로로 목사 김인순의 아들이다. 벼슬은 이조판서, 동생 문근은 철종의 장인 영은부원군이다. 당대 세도가의 출신으로 아들 병학, 병국 모두 정승 반열에 올랐다.

‘溪와 ’山’에 변화를 주었다. ‘복잡한 획 溪는 음·뜻이 같은 ‘谿’로 바꾸고 ‘爪(조)’를 떼어내 단순화시켰다. 나머지 직선 획은 곡선으로 처리해 물이 흘러가는 형세를 취했다. ‘山’은 가운데 획을 세 획의 산모양세로 나머지 두 획과 달리 처리했다.

‘無盡’에서 ‘無’자의 아래 4점을 제외한 획과 점들은 ‘谿’의 왼쪽 둥근 획과는 달리 무겁고 뚝심있게 직선으로만 처리했다. 山은 위쪽에 ‘谿’는 중간에 ‘無盡’ 두 획은 세로로 배치했다. 단순한 획의 글자는 위에, 복잡한 획의 글자는 아래쪽에 앉혔다. 기운 듯 기울지 않고 기울지 않은 듯 기운 신묘한 공간 배치이다. 추사의 파격, 절묘한 글자 변형과 공간 배치는 이렇게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용비풍무라!

용이 날아 바람에 춤을 춘다. 용이 하늘로 날아 오르고 바람에 춤을 춘다. 아! 얼마나 기막힌 표현인가? 하늘길을 걷노라면 스스로 용이 되어 하늘을 날고 섬진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에 춤을 추며 내 곁을 스쳐 지나가네! 그져 그렇게 기분 좋은 하늘길을 걷는다.  

 

 

지자요수! 인자요산이라!

논어에 나오는 글귀이다.

자왈 지자는 요수하고 인자는 요산하니, 지자는 동하고 인자는 정하며, 지자는 락하고 인자는 수니라.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 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즐겁게 살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

 

지혜로운 사람은 사리에 밝아 물이 흐르듯이 막힘이 없으니 물을 좋아 한다고 한 것이다. 또한 지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며 그러한 것들을 즐기며 산다. 이에 비하여 어진 사람은 의리를 중히 여겨 그 중후함이 산과 같으므로 산을 좋아한다 하였다. 또 어진 사람은 대부분 고요한 성격이여서 집착하는 것이 없어 오래 산다는 것이다.

 

지혜롭고 인자하면 얼마나 좋을까?

 

 

파노라마로 섬진강과 별동산을 담았는데 여기서는 섬진강이 휘어 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을 길게 늘어져 유유히 흐르고 있다.

 

제일 강산! 

경술2월 어 여순옥중 대한국인 안중근 서

 

안중근선생님이 여순감옥에서 쓴 휘호를 바위에 새겼다. 우리 강토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대한 독립운동을 한 안중근 의사의 독립정신을 이어 받자는 뜻으로 새겼으리라! 옷깃을 여민다.

 

보물 제569-14호(지정일 : 1972.08.16.)

제일강산(第一江山) 폭 96.6cm × 길이 38.6cm. 원 김양선 목사 소장으로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기증 함.

 

 

 

현미지좌를 찾아서

 

순창 용궐산 하늘 길을 걷고자한 산객들 대부분은 하늘 길 끝자락 이곳에서 바로 정상을 향해 달구벼슬능선길을 오른다. 그러나 나는 현미지좌가 궁금하였다. 현미지좌를 가려면 하늘 길이 열리지 않는 옛날에는 어치계곡 임도에서 달구벼슬능선길을 타고 오르면 된다. 그러나 오늘은 하늘 길을 따라 올라왔기 때문에 나는 이곳에서 달구벼슬능선길을 조금 내려가 현미지좌를 보고 다시 올라오는 것으로 산길을 잡았다. 혹여 현미지좌를 보고 싶은 산객은 조금 수고스럽지만 여기서 현미자좌가 있는 달구벼슬능선길을 조금만 내려오면 된다.

 

 

 

현미지좌(賢美之坐)

어진이와 아름다운이의 자리

어느 선비와 아름다운 선녀가 만나 천장지구의 정을 맺었다는 바위라고 하겠다.

옛날 이곳 용궐산 용굴에는 착하고 어진 선비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모든 욕심을 내려 놓고 신선이 되는 것이 꿈이였습니다.

어느 날 낮잠이 들었는데 하늘에 선녀가 이곳 바위에 내려오는 꿈을 꾸었지요. 선비는 이곳에 와서 보니 과연 전망이 좋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는 매일 이곳에 와서 명상을 하며 마음을 다스리며 수도를 했습니다. 하늘은 선비의 정성에 감동하여 하늘에 선녀를 꿈속에 나타나게 하여 선녀에게 신선이 되는 비책을 알려주며 공부가 완성되면 다시 모시러 오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 비책은

 

1, 수승화강(水昇火降) : 물은 올리고 불은 내려라

2, 줄탁동시(時) : 스승을 만나 깨우쳐라

3, 치심정기(治心正氣) : 마음을 다스려 기운을 바르게 하라

4, 상선약수(上善若水) :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5, 사생인귀((死生人鬼)는 일이이(一而二)요, 이이일자야(二而一者也라) :

생과사 사람과 귀신은 하나이면서 둘이요 둘이면서 하나이다 를 깨우치도록 한 것입니다.

 

마음을 깨끗하게 다스리면 신선이 되는 선계에 갈수 있는 비책이였습니다.

선녀가 알려준 비책에 대하여 연구하고 고민하였지만 마음대로 모든 것을 깨닫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음을 내려 놓으려고 할 수록 더욱 더 집착과 집념에 쌓여 공부에 집중할 수 가 없었습니다. 선비는 고민 끝에 스승님을 찾아 갔습니다. 스승님은 매일 새벽에 마당을 쓸고 계셧습니다. 새벽에 고민이 있어 찾아온 것을 안 선생님은 제자에게 대야에 물을 가득 들고 서 있으라고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대야에 물은 천금 만큼이나 무거워서 들고 있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선비는 참았지만 더 이상 들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스승은 아무말도 없이 계속해서 마당만 쓸고 있자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제자는 스승님께 말을 합니다. 스승님 언제까지 이것을 들고 있어야 합니까? 그러자 스승은 빙그레 웃으면서 아직까지 들고 있었느냐! 무거우면 내려 놓거라. 마음에 번뇌도 그와 같은 것이다. 마음의 그릇에 자꾸 채우면 무거워서 들 수가 없다. 마음에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비울 때 너는 신선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선비는 크게 깨달음을 얻고 수도에 용맹정진 할 수 있었다.

선비는 선녀가 알려주는 대로 마음 닦는 공부를 열심히 수도하며 세속에 물들지 아니하고 선녀를 기다렸습니다. 과연 약속대로 공부가 완성되자 선녀가 이곳 바위에 내려왔으며 선비는 선녀와 함께 신선이 되어 용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답니다.

선비가 간 이상향의 나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여러분도 신선이 되고자 한다면 한번 이 현미지좌 바위에 앉아서 선녀가 남기고 간 글귀로 마음을 닦아보세요.

 

 

달구벼슬능선길을 올라 다시 용궐산 하늘 길 끝자락을 지나 용궐산 정상으로 오른다.

 

 

무량산
조망터 겸 쉼터
느진목
된목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 그리고 장구한 지리산 주 능선길과 서북능선 및 견두지맥 산길이 겹겹이 하늘금을 그리며 장관을 연출한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은 남도를 향해 흐르고
하늘금에 무등산이 아련히 조망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매우 빼어나다. 북으로 섬진강이 흐르는 덕치면 가곡리의 협곡 너머 청웅의 백련산, 덕치의 원통산이 자리하고, 동으로는 남원 보절에 있는 천황봉 너머 지리산의 제2봉인 반야봉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동남으로는 무량산이 우뚝 서고, 그 아래로 섬진강이 흐른다. 서로는 요강 바위, 자라 바위 등 기암괴석들을 품에 안은 섬진강이 장구목 마을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내려다보인다. 멀리로 눈을 돌려보면 강천산 내장산의 연봉들이 다가오고, 북서쪽으로는 회문산과 필봉산이 섬진강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내장산 방향의 산그리매
회문산방향 산그리매
하늘금에 무등산이 아련히 조망

 

용궐산의 정상에 있는 신선 바위에는 바둑판이 새겨져 있는데, 옛날에 용궐산에서 수도하던 승려가 바둑을 두자는 내용의 서신을 호랑이의 입에 물려 인근의 무량산에 기거하는 승려에게 보내서, 서로 만나서 바둑을 두었다고 전해온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6·25 전쟁 때 아군들이 적군을 토벌하기 위해 막사를 설치하며 쇠말뚝을 박는 과정에서 바둑판의 형체가 사라졌다. 용궐산 서쪽 기슭에 있는 장구목은 예전에 지역 주민들이 왕래하던 큰 길목이었으며, 그 주변에 장군의 명당이 있어서 장군목, 혹은 지형이 장구 형상이라 장구목으로 불린다.

 

다시 된목으로 내려와 용굴을 향해 간다.
용굴 갈림길

이곳 용굴 갈림길에서 곧장가는 길이 너무 선명하여 알바하기 쉬운 곳이다. 용굴을 가려면 오른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용굴
용굴안으로 들어가면 용굴 저쪽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한기를 느낀다.
용굴에서 바깥으로 바라보며
용유사 암자터이다.
귀룡정과 용알바위 갈림길이다. 나는 용알바위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용알바위
청풍정에서 바라본 섬진강의 물결은 신선 그 자체이다.
시원한 섬짐강 바람을 맞으며 잠시 눈을 붙였다. 천국이 따로 없다. 피로가 싹 가신다.
지나간 산객이 이 순간을 잡아주었다.
처음 산행을 시작하면서 본 용궐산 하늘 길을 바라보며 오늘 산행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