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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표 이야기

산에 왜 오르는가? 물줄기를 보러 오르네~

by 하여간하여간 2020. 7. 15.

어떤 우연한 사연으로 산을 찾게 되었다. 가까운 무등산을 오르면서 일상으로 찌든 스트레스를 자연의 품에서 치유 받는 기분은 새로운 경험이였다. 차츰 산이 좋아 오를 즘 1대간 1정간 13정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우리 산하가 산줄기와 물줄기로 구분되고 연결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왕에 산을 오르면서 우리 산하를 의미 있게 걷고 싶어 호남정맥부터 시작하여 2004년부터 2008.06까지 4년 6개월 동안 한반도 남쪽 지역에 있는 1대간 9정맥 종주를 마무리하면서 드는 생각이 "산은 왜 오르는가?" "우리에게 있어 산은 어떤 의미를 주는가?" 이런 질문에 어렴풋이 나름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산은 왜 오르는가?

 

어떤이가 "산은 왜 오르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자신있게 " 물줄기를 보러 오른다" 라고 대답한다. 물줄기가 왜 중요한가? 물은 만물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같은 물줄기에 사는 사람은 생각과 기질이 비슷하다. 수년 동안 같은 물줄기에서 자란 생명체를 먹고 생활한 탓에 생활 습관과 방식이 비슷하고 결국 같은 문화를 향유한다. 당연히 같은 물줄기를 관리하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리라. 마치 엄마 젖을 같이 먹은 형제간에 생각과 기질이 비슷한 것과 같은 현상이 아닐까?(ㅋㅋ 이건 내 생각) 산에 오르면서 물줄기를 보고 같은 물줄기에 사는 지역의 역사, 문화를 연구하고 우리네 삶을 조망하는 것도 또 다른 산을 오른 행복아닐까?

 

물줄기는 산에서 시작하여 들판을 지나 바다로 간다. 농경사회를 살아온 조상님들에게는 농사에 있어 절대 중요한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생명을 지키는 절대 절명의 일이 였을 것이다. 내 전답에 들어오는 물이 어디에서 흘러와 어디로 가는지? 가뭄이 지면 어떻게 물을 관리 할지? 홍수가 나면 내 마을을 지나는 수량은 얼마나 되는지? 피해를 줄이려면 어떻게 물을 관리 해야하는지? 이런 것이 현실적인 문제 였을 것이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이 가장 높은 곳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실개천으로 모여 천이 되고 천이 모여 하나의 강이 되고 바다로 흘러 들어간다. 결국 같은 강줄기에 사는 생명체는 같은 문화권을 형성하게 된다. 그 하나의 강줄기를 형성한 넓은 면적을 강의 수역이라 하고 그 경계를 이루는 것을 수계라고 한다.

 

물줄기를 가르는 것이 산줄기이다. 반대로 물줄기를 쭉 따라 올라가다 보면 결국은 산줄기를 이룬다. 산줄기와 물줄기는 서로를 부둥껴 안고 주거니 받거니 한다. 따라서 산은 스스로 물을 가르고 물은 산을 넘지 못한다는 "山自分水嶺" 개념이 우리 조상들의 지리 개념이다. 이런 개념 하에서 산줄기를 간(幹)과 맥(脉)으로 구분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주로 한반도 등뼈를 이루는 큰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 하고 두류산에서 함경북도 두만강 남쪽 산줄기를 이루면서 동북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장백정간이라 하였으며, 대간에서 뻗어나와 우리나라 큰 강줄기를 가르는 산줄기를 정맥이라 하였고 한반도에 13개(남쪽 9개)로 정리하였으며, 강을 이루는 천과 천을 가르는 산줄기를 기맥이라 하고 산줄기의 길이에 따라 기맥보다 작은 산줄기는 지맥으로 구분하였다.

 

한반도 남쪽 주요 산줄기인 1대간 9정맥을 종주하였지만, 북쪽의 백두대간과 장백정간 및 4개의 정맥을 걷을 수 있는 날이 내 살아 있는 동안 가능할지? 하루 빨리 한반도 1대간 1정간 13정맥을 완주하는 날이 오길 간절히 기도한다.

각호산에서 바라본 민주지산 산줄기(저 멀리 백두대간 삼도봉이 아련히 조망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