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양 창암산(923m)
함양 창암산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에 위치하며 백무동 계곡과 칠선계곡을 가르는 창암능선의 주산이다. 제석봉에서 칠선계곡과 한신계곡을 가르는 거대한 산줄기가 함양 마천으로 치달아 내려 오다 소지봉에서 한 줄기가 갈라져 창암산까지 거대한 산줄기를 뻗어 내려오면서 칠선계곡과 백무동 계곡을 형성한다. 그 산줄기 끝에 창암산이 우뚝 서 있다. 전형적인 육산으로 특별한 조망이나 수려한 풍광이 없어 찾는 사람이 많지 않는 산이다. 등로가 희미하고 급경사 오르내림이 심하며 이정표가 전혀 없어 산행에 어려움이 있다. 옛 조상들이 백무동에서 두지동마을을 거쳐 추성리로 너머갈 때 넘나들었던 고개 마루를 지나가는 길이기도 하다. 여름철 울창한 녹음이 우거질 때는 하늘이 안 보이지만 겨울철에는 앞에 보이는 금대산의 설경과 임천강의 장대함을 조망 할 수 있는 산이기도 하다.
산행 코스 : 의평마을버스정류장 - 지리산자락길 이정표 - 비녀바위 - 남원양씨묘 - 창암산 정상 - 길찾기주의 - 벌초이정 시그널 - 두지동 마을 - 칠선계곡 입구 물놀이 - 추성리 주차장
오늘 오른 창암산은 언제부턴가 오르고 싶었던 산이다. 백무동 계곡을 가거나 칠선계곡을 갈 때 입구에 거대하게 다가온 지리산 창암능선 산줄기를 품어 안고 있는 산이 창암산이다. 아주 오래전에 창암산을 오를 기회가 있었는데 그 때는 백무동으로 가는 길목인 마덕교에서 오르다가 중간에 땅벌을 건드려 함께 한 모든 대원들이 한방씩 맞고 더 이상 진행할 수가 없어 포기했던 추억이 있는 산이다.
오늘 광주지오트레킹(화장 김명수)에서 지리산 칠선계곡을 산행한다기에 함께한다. 나는 칠선계곡은 여러번 갔기에 이번에는 늘 가 고픈 창암산을 오르기로 한다. 처음 가는 초행길이라 셀레기도 하다. 오늘은 의탄마을에서 초입을 잡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사람의 출입이 드문 산길은 초입이 선명하지 않다. 초입부근에 무성하게 우거진 가시덤불과 초목으로 길이 없고 자칫 다른 방향으로 가기 일수이다.
창암산은 정상까지 온통 육산이다. 급경사 오름이 심하고 길이 희미하여 산행이 여간 쉽지 않다. 이정표 같은 안내 표시가 하나도 없다. 그야말로 비탐 등로를 걷는다. 오랫만에 지리산 비탐로를 걷는다.
오늘 함께한 대원님들에게 감사한다.
의평마을버스정류소
지리산 자락길 표시를 따라
오늘 함께한 대원님들과 출발 기념 한 장
추성리 채석장 마애여래불/미완성이다. 언제나 완성될려나?
잠시 올라오면 지리산 자락길 표시기를 만난다. 왼쪽으로 방향을 잡고
가파른 오름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대나무 밭을 지난다. 올해 나온 죽순이 겁없이 자라고 있다.
급경사 오름길 나무 가지 사이로 함양 마천 금계마을이 예쁘게 다가 온다. 금계마을은 지리산 둘레길 3구간의 끝자락이며 4구간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장열하는 7월의 햇살 아래 고사리 밭에 고사리가 유난히도 많이 자라고 있다. 올 봄 고사리를 채취하였을 것이지만 이렇게 또 고사리가 풍성하게 잘 자라고 있다. 내년에도 풍성한 고사리가 많이 나오겠다.
하늘은 청명하고 날씨는 후덥지근 하다. 고도를 높여 오를수록 금대산이 눈앞에 선명하게 다가 온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기에 길이 묵었다. 마을입구에서 산길 초입을 찾는데 어려움이 많다. 네비를 켜고 잘 살펴 올라야 한다.
한참을 묵은 산길을 헤치고 오르면 거대한 서어나무가 마을의 수호신 같이 거대하게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다.
대원님들과 기념 한 장 남기고
울창하게 우거진 소나무 숲길에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가 싶더니 더덕향이 진동한다. 이재영 산행이사님이 약초산행 경력으로 바로 더덕을 알아 보고 채취를 한다. 나는 지금도 23여년을 산길을 헤매지만 더덕은 아직 찾지를 못하고 있다. 각자의 능력이 다른걸 어쩌랴?
의평마을에서 오르는 산길은 급경사면을 오르는 관계로 산길이 희미하고 멧돼지 먹이활동으로 산길이 뒤집혀 있어 길을 찾는데 애를 먹는다. 용케 희미한 산길을 오르다 보니 산 능선이 나온다.
오래전에 돌아가신 문규한님의 시그널을 만났다. 문규한님과는 호남정맥과 금남정맥 그리고 낙동정맥을 같이 걸었다. 산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초보자를 위한 배려심이 깊어 내가 초보자 일때 나는 늘 그의 도움을 받았고 함께 걸었던 산길이 무척이나 많았던 산우님이다. 몇해전 지병으로 돌아가셨지만 2008년 이곳을 지나간 문규한 산우님의 시그널을 만나니 그를 만난 것 처럼 반갑다. 하늘나라에서도 이 길을 바라보고 오늘 내가 여기서 당신을 뵙고 당신과 함께 한 추억들을 되새기며 당신을 생각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하여간님 반갑소" 하고 밝은 미소로 맞이해 줄 것 같다. 바닥에 떨어져 낙엽속에 딩군 시그널을 다시 주어 가지에 매달고 잠시나마 영면하시라고 기도를 올리고 떠난다.
전형적인 육산인 산길을 한참을 오르다 보니 거대한 바위군을 만난다. 아마 이곳이 지도상에 표시된 비녀바위일까? 표시가 없으니 알 수가 없다.
함께한 동화나라님
기념 한 장 남기고
광주지오트레킹 김명수회장님과 함께
함께 산을 오른다는 것은 느낌과 마음이 동일화 되어가는 과정이다. 같은 길을 걷고 힘든 과정을 같이 겪으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격려하는 따뜻하고 의리넘치는 사이가 된다.
동화나라님과 함께.
동화나라님은 늘 함께 한다. 함께하면 괜히 기분 좋은 분이 있다. 동화나라님이다. 서로가 이해를 하고 서로를 힘들게 하지 않으면서 서로 편안하기 때문이다.
거친 바위군을 지나서
희미한 등로를 헤치고 급경사 오름길을 오르느라 평소보다 2배 더 힘든 산길이다.잠시 막걸리 한잔으로 쉬어 간다.
고된 산길을 오르고 땀이 범벅이 된 상태에서 넘기는 막걸리 한 잔의 목넘김은 참으로 시원하고 맛있고 새로운 힘을 얻는다.
한참을 올라왔다. 남원양씨 묘를 지난다.
이렇게 높은 곳에 묘를 썻다. 이곳까지 오르기가 쉽지 않는 것을 보면 후손들의 정성이 대견하다.
묘지 위에 피어난 수국이 아름답다.
산중에 수국이라니? 수국은 보통 계곡 등 수분이 많은 곳에 잘 자란다. 이곳의 수국이 참 이체롭다.
수국을 배경으로
얼마나 올랐나 드디어 창암산 정상이다. 정상석은 앙증맞다. 조그만한 돌에 창암산이라고 표시가 되어 있는 정상은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어 조망은 꽝이다. 창암산은 산행 내내 수목이 울창해 하늘을 덮는다. 정상에는 헬기장이 있지만 수풀로 우거져 사람이 지나가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창암산 정상석
창암산 정상석에서 대원님들과 함께
창암산 정상 그늘에서 점신을 한다.
이런 저런 맛있는 음식들 중 나는 막걸리 한 잔이 제일 좋다. 심한 갈증과 힘듬을 풀어주는 한 모금 막걸리 한잔은 보약처럼 기운을 돋아나게 한다.
오후 산길을 창암산에서 두지동마을로 향하는 하산길이다. 무척이나 급경사이다.
얼마를 내려 왔을까. 벌초이정표라는 표시에서 두지동마을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혹여 백무동에서 두지동으로 넘어오는 고개까지 갈 사람은 곧장 오른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야 한다. 여기서 헛갈리지 말길 바란다. 하산길도 역시 이정표시가 없고 길이 희미하여 여간 곤욕스런 산길이 아닐 수 없다. 사람 왕래가 드문 산길이라 산길이 너무나 희미하다, 더구나 멧돼지들의 먹이활동으로 산길이 다 파헤쳐져 있으니 네비를 켜고 산길을 어렵게 찾아 하산한다. 이곳을 걷는 사람은 곡 네비를 켜고 걷되 애매한 곳에서는 반드시 산길을 확인하고 정확한 방향을 잡아 하산하길 권한다.
무척이나 힘든 하산길을 내려와 두지마을에 도착했다. 두지마을 안쪽으로는 비교적 완만한 너른 터에 집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주인은 없고 빈집만 쓸쓸이 세월을 낚고 있다.
백무동에서 고갯마루를 넘어 계곡을 타고 내려오면 이곳으로 온다. 사람의 이동이 없어 산길이 수풀에 묻혔다.
양철로 된 또 하나의 다른 집. 예전에는 이런 곳에 의신처를 두고 수행을 하면서 자연을 벗삼아 지내는 분들이 많았다.
이곳도 빈집
한 때는 낭만가객이 지냈을 가옥에 옛 주인의 흔적만 뎅그러니 남아 있다.
진정한 평화이란 마음을 비우는 것 속세에 살면서는 마음을 비울 곳에 어디에도 없었네 다만 이 허정가에 마음 비우고 가네 스스정승석
어떤 독특한 취향의 사람이 기거했던 의신처인가 보다. 지금은 사람이 살까? 비어 있을까? 아무도 없다. 주인이 멀리 출타중이다.
조금 더 내려오니 포크레인도 멈췄다. 이곳은 삶의 시간이 멈췄다. 옛날 아름다운 두지동마을 추억이 생생한데 아쉽다.
두지동마을 표지판 앞에서
두지동 마을에는 호두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그 아래 쉼터가 있어 칠선계곡을 들고 나는 사람은 모두 이곳을 지난다. 이곳 쉼터 옆에는 오미자 냉수를 파는 분이 있다. 이곳을 지날 때 한 모금 오미자 냉수는 갈증을 풀어주고 온 몸에 생기를 북돋아 준다. 통과세도 낼 겸 지리산 청정지역 오미자 보약도 마실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꼭 한 병씩 사서 드시고 가길 강추한다.
창암산을 오르내리느라 땀이 범벅이된 상태에서 칠선계곡 맑고 시원한 계곡물에 풍덩하고 싶어 칠선계곡으로 향하면서 두지교를 지난다.
두지동 마을에서 칠선계곡으로 향할 때 백무동으로 가는 갈림길 이정목이다. 우리는 칠선계곡 초입을 향해 간다.
칠선계곡 초입 계곡으로 내려와 맑고 청정하고 시원한 칠선계곡물에 몸을 담근다.
아 ~ 얼마나 시원한가? 참으로 황홀하다. 이 순간의 희열을 누가 알랴? 느끼는 자만이 알 수 있는 이 기분을~ 이래서 여름에는 지리산 계곡을 찾는다. 지난주 피아골에 이어 이번 주는 칠선계곡에 몸을 담근다. 올해는 가급적 지리산의 많은 계곡을 찾아 여름나기를 하고 싶다.
아! 편안하고 시원하고 개운하다. 온갖 시름이 다 씻어 내려간다. 잡다한 상념도~ 지친 심신도~ 모두 흐르는 계곡물에 실어 깨끗이 비워내리라.
한참을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이제 출발해야 할 시간이 다가와 추성리 주차장으로 출발한다.
다시 두지동 마을을 지나
장군목을 지난다. 장군목에 세워진 칠성계곡 탐방로 표지
한참을 급경사 내림길을 내려와 추성리 마을로 내려간다.
추성리 용소가는길 표지석 앞에서 셀카 인증으로 오른 창암산 산행 후 칠선계곡 물놀이 산행을 마무리 한다.
◎ 함양 창암산을 마무리하면서
칠선계곡은 지리산의 3대 계곡 중 하나이다. 지리산 계곡물이 맑고 깨끗하지 않는 계곡이 없지만 칠선계곡은 천왕봉에서 바로 지리산 북사면으로 형성된 계곡이기에 더욱 그 청정함이 유명하다. 그래서 여름에는 칠선계곡과 백무동 계곡 그리고 한신계곡, 뱀사골 계곡, 달궁계곡을 많이들 찾는다. 오늘 평소 숙제로 남아 있던 비탐길 창암산을 오르고 나니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은 밀린 숙제를 다한 것처럼 홀가분하다. 더구나 청정한 칠선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초여름 무더위를 날려보내니 행복하기가 그지 없다. 힐링 만땅이다.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든다. 행복한 하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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