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창 수승대(명승 제 53호) : 심산유곡의 산수를 즐기다.
수승대는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이름난 '안의삼동' 의 하나인 원학동에 위치한 명승지이다. 화강암 암반과 함께 아름다운 숲이 어우려져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전국의 시인 묵객들이 무릉도원으로 여기며 즐겨 찾았던 곳이다.
이곳은 신라, 백제 간 국경지대였던 당시, 사신이 떠날 적에 안위를 걱정하며 근심으로 보냈기 때문에 '수송대' 라 하였다고 전한다. 한편으로는 이 일대의 빼어난 경관이 사람들의 근심을 잊게 하기 때문에 수송대라 불리었다는 설도 있다.
이 후 1543년(중종 38), 퇴계 이황 선생이 이웃 영승마을에 내방하였다가 수송대를 방문하고자 하였으나, 급한 정무로 떠나면서 그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다 여겨 '수승대'로 바꾸고 오언율시를 남김으로써 '수승대' 로 불리게 되었다.
거북바위의 벽면에는 퇴계 이황(1501~1570)의 시, 갈천 임훈(1500~1548)과 요수 신권(1501~1573)의 화답시를 비롯하여, 전국 각지의 이름난 학자들이 수승대의 경치와 감회를 노래한 시 및 250여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수승대는 거대한 거북바위와 구연, 섬솔을 중심으로 연반석, 장주갑, 돌개 구멍 등 자연경물 및 구연서원 관수루, 요수정, 함양재 등의 건축물이 조화롭게 어울러진 우리나라 전통 명승의 정수를 보여주는 곳이다. 정부는 이 일대를 2008년 12월 26일 국가지정 명승 제53호로 자정하여 보존하고 있다.
원학동은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알려진 ‘안의삼동’ 중의 하나다. 안의(安義)는 오늘날 함양군과 거창군의 일부 지역에 해당한다. 덕유산에서 지리산으로 향하는 백두대간 줄기의 동쪽에 자리한 조선시대 행정구역으로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이 깊은 매우 험준한 지세를 형성하고 있다.
원학동은 위천을 따라 월성계곡의 아래 지역에 위치한 동천이다. 조선시대에 동은 오늘날과 같은 행정지명이 아니라 동천을 의미하는 글자로 맑은 계류가 흐르고 산수가 아름다우며 경치가 좋은 계곡을 뜻하는 용어로 쓰였다. 이러한 원학동천의 중심에 바로 수승대가 자리하고 있다. 수승대의 계곡은 덕유산에서 발원한 갈천이 위천으로 모여 구연(龜淵)을 이루면서 흐르는 물길이 조형해놓은 비경이다.
수승대는 암반 위를 흐르는 계류의 가운데 위치한 거북바위(龜淵岩)가 중심이다. 계곡의 건너편에는 요수정, 계곡의 진입부에는 구연서원(龜淵書院), 서원의 문루격인 관수루(觀水樓)는 요수정의 반대쪽에 마주하고 있다. 요수와 관수는 모두 계곡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고 즐기는 풍류의 멋을 음유하는 말이다. 요수정과 관수루에서는 거북바위가 위치한 수승대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 거북바위
거북바위는 수승대에서 가장 중요한 경관 요소다. 구연대, 또는 암구대(岩龜臺)라고 하는데, 높이는 약 10m, 넓이는 50m2에 이른다. 구연대라는 명칭은 마치 바위가 계류에 떠 있는 거북의 모습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비록 키는 작지만 오랜 세월의 풍상을 겪은 노송들이 곳곳에 자라고 있는 거북바위에는 수승대의 문화적 의미를 알 수 있는 많은 글들이 새겨져 있다. 퇴계 이황이 이곳을 수승대라고 이름 지을 것을 권한 〈퇴계명명지대(退溪命名之臺)〉라는 시와 이에 대한 갈천 임훈(林薰)의 화답시 〈갈천장구지대(葛川杖廐之臺)〉, 더불어 옛 풍류가들의 시들로 가득 차 있다.
◎ 수승대 너럭바위
수승대는 영남 최고의 동천(경치 좋은 곳)으로 이름나 많은 시인묵객과 선비들의 발길이 끓이지 않는 명소이다. 특히 물 가운데 놓인 너럭바위에서 시회를 열어 학문과 풍류를 즐기고 여름에는 탁족하던 곳으로 유명하였다. 곳곳의 자연물에 세필짐, 연반석, 장주갑 등의 이름을 지어 그 뜻을 더하였다.
세필짐(洗筆㴨) : 졸졸흐르는 물에 붓을 씻는 곳
연반석(硯磐石) : 자연반석 벼루, 먹을 갈던 곳
장주갑( 藏酒岬) : 자연석 술동이로 술을 부어 놓은 곳
◎ 요수정
계곡의 건너편에는 벼슬보다는 학문에 뜻을 둔 학자로 향리에 은거하며 소요자족했던 요수 신권(愼權, 1501~1573)이 제자들에게 강학을 하던 요수정(樂水亭)이 서 있다. 이 정자는 구연대와 그 앞으로 흐르는 물, 뒤편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어우러져 수승대의 경관을 동천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요수는 아름다운 원학동 계곡에 살던 신권의 성정을 짐작하게 하는 정자의 명칭이다. 요수는 《논어》의 〈옹야(雍也)편〉에 나온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知者樂水 仁者樂山)”는 글로 옛 선비들이 심산유곡의 산수를 즐기며 늘 마음에 두었던 문구다. 요수정은 1542년 구연재와 남쪽의 척수대 사이에 처음 건립되었으나 임진왜란 때 소실되었고 중건한 뒤 다시 수해를 입어 1805년 현 위치로 이건했다.
◎ 구연서원 관수루
수승대의 동쪽에는 구연서원이 자리하고 있다. 요수 선생이 1540년(중종 35)에 서당을 세워 제자들을 가르친 곳으로 1694년(숙종 20) 구연서원으로 명명되었는데 요수 신권, 석곡 성팽년, 황고 신수 등이 배향되어 있다. 구연서원의 문루인 관수루는 1740년(영조 16)에 세워졌다.
관수(觀水)는 《맹자》의 〈진심장(盡心章)〉에 등장하는 문구다. “물이 흐르다 구덩이를 만나면 이를 다 채운 다음에야 비로소 앞으로 흘러간다(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며 물의 속성을 강조한 글이다. 군자의 학문은 웅덩이를 채우는 물과 같아서 한 웅덩이를 가득 채운 후 비로소 그다음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학문의 방법을 담고 있다. 또한 아름다운 동천의 계곡에서 지혜를 가진 사람이 어떻게 물을 관조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는 심오한 명칭이라 할 수 있다.
◎ 수승대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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