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명산

2025.06.03. 지리산 벽소령(음정 - 벽소령)

하여간하여간 2025. 6. 4. 19:15

◎ 지리 10경 벽소명월과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전도로가 통과하는 벽소령 트레킹 길을 걷다.

 

21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사전선거를 하였기에 오늘은 지리산을 좋아하는 광주지오트레킹(회장 김명수) 몇 몇 산꾼들과 벽소령을 오르기로 했다. 6월 하늘은 청명하고 녹음으로 짙어가는 지리산 주 능선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이다. 

 

◎ 지리산 벽소령

 

벽소령은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약 45㎞에 이르는 지리산 종주길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고개로 높이는 1,350m이다. 옛날에는 함양군 마천면과 하동군 화개면을 이어 주던 교통로였다. 

 

벽소령에는 부자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는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의 음정마을 전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에게 흔히 ‘나무꾼과 선녀’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이다.

 

지금의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하정에 인걸(仁乞)이란 사내가 홀어머니를 모시고 매일 나무와 사냥을 하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연못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는 걸 훔쳐보던 인걸은 날개옷을 훔쳐서 오다가, 그중 아미(阿美)라는 선녀의 날개옷이 돌부리에 걸려 찢어져 하늘나라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었다. 인걸은 아미 선녀를 집으로 데려왔다.

 

인걸은 그 후 하늘나라에서 아미 선녀와 살 것을 허락받고 두 남매를 낳아 아주 행복하게 살았다. 어느 날, 아미가 장난삼아 보관 중이던 찢어진 날개옷을 한번 입어 보자고 했다. 인걸이 찢어진 곳을 기워서 입혀 주자 아미는 그만 하늘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 후 인걸과 두 남매는 아미가 내려오기를 기다렸지만 끝내 내려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지친 이들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 뒤 벽소령 높은 곳에 바위 셋이 솟아올랐다. 사람들은 이 바위를 부자바위라 칭하고, 후세 사람들은 이 계곡을 아미 선녀가 날아서 떠났다 하여 비리내계곡[비린내골]이라고 부른다.

 

◎ 지리 10경 "벽소명월"

 

벽소령하면 우선 지리 10경중 "벽소명월" 이 유명하다. 달밤에 벽소령에서 바라보면 덕평봉 위로 떠오르는 달빛이 옥색으로 비출 때 그 황홀한 풍광을 "벽소명월" 이라고 한다. 

 

벽소명월((碧霄明月) '옥돌처럼 짙푸른 하늘에 비치는 푸르스름한 달빛'

 

지리산 10경은 노고 운해, 피아골 단풍, 반야낙조, 벽소명월, 세석철쭉, 불일폭포, 연하선경, 천왕 일출, 칠선계곡, 섬진청류를 말한다.

 

2019년 9월 14일  지리산 벽소령대피소에서 1박을 하던 날 밤  운좋게 "벽소명월" 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였다.

 

덕평봉 위로 올라오는 달빛은 영험스럽기까지 한 기운으로 거대하게 지리산을 품어 안았다. 정말이지 환상 그 자체였다.

 

나도 모르게 저절로 마음속 소원을 간절히 기원했다. 가족의 건강과 나를 아는 모든이의 건강과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건강과 행복을 간절히 기원했다.

 

둥근 "벽소명월"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신비스러웠다. 이 깊은 지리산 깊은 산 중 벽소령대피소에서 고요함을 뒤로하고 옥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벽소명월" 은 보는 것 만으로도 황홀했다.

  

"백소명월" 달빛 구름 속에서 그 자태를 조용히 드러내는 덕평봉 지리산의 고요함은 내 영혼을 송두리째 가져가고 나는 그자리에서 오랫동안 꼼짝도 할 수 없었다.

  

◎ 벽소령 작전도로

 

한국전쟁 전후 지리산으로 흘러 들어온 빨치산들이 문수골에 숨어 살던 동학농민 후손의 도움을 받은 여순사건의 패잔병들과 합쳐서 지리산 빨치산이 되고, 총사령관 이현상 부대에 속해 한국전쟁 휴전 후 3년간 지리산 일대를 배경으로 무장투쟁을 하다 이승만 정부의 공비토벌 작전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살라졌다.

 

누구를 위한 싸움인지도 모르고 그 혹한의 지리산 겨울을 3번이나 이겨내면서 목숨을 건 처절한 무장투쟁을 한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하고 한국전쟁이 끝난 후 벽소령 작전도로는 1968년에 박정희 정권에서 잔존 빨치산 소탕을 위한 백두대간 벽소령을 넘는 군사작전을 목적으로 착공되어 1971년에 준공되었다. 이 도로는 하동군 화개면 범왕리 신흥마을과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를 잇는 백두대간 종단 도로이다. 

 

그 후 그 도로는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기회가 없어 그냥 방치되었고 지금은 관리가 되기보다는 산꾼들이 산행길로 이용되고 있을 정도이다. 의신에서 벽소령까지의 작전도로는 비탐방로로 지정되어 관리가 되기보다는 자연으로 탈 바꿈되어 가고 있지만, 음정에서 벽소령까지의 작전도로는 임도의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립공원에서 잘 정비하고 관리하고 있는 임도길은 수려한 수목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지금은 각종 야생화가 잘 자라고 있어 자연생태탐방로 역할을 하면서 힐링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좋은 길이 되었다.

 

◎ 음정 - 벽소령 탐방 숲길을 걷고 지리산 야생화를 만나 보자  

 

탐방 코스 :  음정 - 도솔암 진입로 - 연하천삼거리 -  벽소령 임도 끝자락 - 벽소령 - 원점회귀 : 13.4km

 

6월 3일 오늘은 21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사전투표를 하고 평소 트레킹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모여서 여름철 트레킹으로 제격인 음정 - 벽소령 트레킹 탐방을 하자고 한다. 뭘 생각을 더 할 것인가? 산꾼으로 이 보다 더 좋은 기회가 또 있겠는가? 무조건 오케이다. 그러잖아도 지리산 품에 안겨 본지가 꽤 오래 되어 지리산이 그리워질 때이다.

 

음정- 벽소령 트레킹 길은 지리산 겨울 설산을 보기 위해 여러번 올랐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6월 녹음이 짙은 시기 한번쯤 오른 기억이 나지만 가물 가물하다.  기대가 된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과 각종 야생화를 만날 수 있기에 더욱 설렌다.

 

오늘은 지리산의 역사적 내용보다는 각종 수목과 야생화를 집중적으로 살펴보리라. 역시나 지리산은 최고의 야생화 화원이다. 봄철 야생화는 거의 지고 이제는 여름철 야생화가 지천이다. 이름모를 야생화를 만나는 재미가 솔솔하다. 이름을 들어도 곧장 잊어버리지만 그래도 듣는 순간은 고개를 끄덕이며 야생화와 눈맞춤에 열중이다. 사실 꽃이름 자체가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아름답고 예쁜 야생화를 만나면 순간 반갑고 행복하고 사랑스럽게 느끼면 그만이지.   

 

여러번 걸어서 일까? 이번에는 긴 임도길이 멀지 않게 느껴진다. 좋은 사람들과 걸어서 일까? 새로운 세상이 열려서 일까? 마음이 편하고 좋은 사람들과 오손 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걸어서 일까? 걷다 보면 아무리 길고 지루한 길도 금새 새롭고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다 마음에 달린 것인지 모른다.

 

21대 대통령 출구조사가 발표되는 순간! 우리는 환호했다. 우리가 희망하는 후보가 이겼기 때문이다. 끝까지 개표결과를 봐야겠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우리가 지지한 후보가 대통령이 될 것 같다.

 

지난 겨울 상상도 할 수 없는 계엄이 발표되고 군병력이 국회로 들어가고 그 살벌한 순간 시민들이 군과 탱크를 막아 세워 국회에서 바로 계엄 해제를 의결하였고 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 대통령 택핵이 결정되고 헌재에서 대통령 파면이 결정 되는 전 과정에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거리마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콘크리트 위에서 매주 그 추위를 견디며 새로운 세상을 외치며 투쟁했던 국민들의 염원이 오늘 21대 대통령 선거로 새로운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얼마나 기쁘고 사람 살맛나는 순간인가?

 

불안한 정세로 경제는 무너지고 소상공인은 가계문을 수도 없이 닫고 있는 지금, 새로운 대통령이 하루 빨리 정치적인 안정을 찾고 국민통합을 이루어 망가진 경제를 일으키고 서민의 삶에 희망을 안겨주길 간절히 기원한다.

 

오늘 트레킹은 이래 저래 즐거운 날이다. 그리운 지리산 품에도 안기고, 보고 싶은 여름 지리산 야생화도 실컷 보고, 좋은 지인님들과 함께 오손 도손 걷는 길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벽소령에 도달했다. 청명한 하늘 아래 벽소령대피소가 반긴다. 오랫만이다. 반가움에 울컥한다.

 

지리산은 언제와도 반갑고 시원스럽다. 그립고 보고픈 지리산 주 능선의 중간 지점 벽소령대피소이다. 성대종주를 할 때나 백두대간을 마무리 한 날 이곳을 지나 그 장대한 지리산 주 능선을 걸으며 지리산과 나눈 대화들, 그 소리없는 침국의 발걸음에 담긴 추억들이 주마등 처럼 지나간다.  

 

가을에는 원추리가 흐드러지게 피던 곳에 붉은 병꽃이 대신하여 반긴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점심을 하고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잠시 휴식. 꿀맛 같은 오수 속에 빠진다. 꿈속에서나마 "벽소명월" 을 보고 싶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선배님들을 따라 중산리에서 성삼재까지 2박 3일로 지리산 종주를 했던 기억이 있다. 산을 아무것도 모른 상태에서 그냥 지리산 종주를 했다. 장비도 허술한 상태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젊음으로 그 어려움을 이겨냈지만 지금 돌아보니 참으로 무모한 시도였다. 그래도 그날의 추억이 지리산을 처음 만난 아름다운 추억으로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 후 오랜 세월이 흐르고 어쩌다가 산을 알고 산을 오르면서 지리산 99계곡을 넘나들며 크고 깊고 넓은 지리산의 품에 안겨 숱한 지리산의 역사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접하면서 서서히 지리산을 알아가게 되었다.

 

내 삶이 힘들고 아프고 흔들릴 때 지리산 품에 안겨 한없이 울고 웃고 울부짖고 악다구를 끼룩 끼룩 외쳐될 때 지리산은 말없이 포근하게 언제라도 안아주고 위안을 주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래서 지리산에 오면 괜히 눈물이 난다. 아프고 아렸던 내 젊은 날의 추억이 밀려오면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지리산에 오면 어머니 품속 같이 포근하고 아늑하다.

 

거대한 대 자연의 끝없는 변화속에 늘 든든하게 그 자리에 묵묵히 자리하고 있는 지리산은 영원한 나의 어머니고 아버지고 스승이며 나의 우상이다. 아~ 지리여~ 미치도록 너가 좋다. 

 

이제 점심을 마치고 충분한 휴식과 지리산 주 능선 녹음을 만끽하였으니 다시 음정으로 내려가자. 올라왔던 음정 - 벽소령 임도를 따라 되돌아 간다. 오르면서 미쳐 보지 못한 야생화나 다양한 수목을 살펴보리라. 편안한 마음으로 지리산 임도 숲길을 시원함을 만끽하며 걸어 내려 가자.

 

이제 벽소령과 작별할 때이다. 잘 있어라. 다음에 또 올 때까지~

 

벽소령에서 임도까지 약 300m는 짙은 녹음 속 돌계단길이다. 이 시기는 지리산 야생화 천국이다.

 

음정 - 벽소령 임도 중간지점 이정표을 지나

   

처음 출발한 음정 - 벽소령 임도 탐방로 안내판에 다시 돌아왔다.

 

이곳은 음정마을에서 벽소령을 오를 때 음정마을 안쪽 비탈길 아스팔트 도로를 따르지 않고 숲속으로 바로 치고 오르는 비탐로 입구이다. 예전에는 이곳에 이정표가 있었는데 아마 벌꿀농사를 하신 분이 새로 도로를 내느라 철거해 버렸다. 광주지오트레킹(회장 김명수) 시그널을 부착해서 그 위치를 표시해 놓았다.

 

처음 음정마을에서 출발할 때 이정표 앞에 돌아왔다. 벽소령 대피소까지 6.7km 이다. 왕복을 했으니 오늘은 13.4km 를 걸었다. 

 

◎ 음정 - 벽소령 임도 트레킹 길에서 만난 지리산 여름 야생화   

 

광대수염

 

붓꽃

 

고광나무 꽃

 

함박꽃

 

정향나무(떨개회나무)

 

붉은 병꽃

 

물참대

 

미나리아제비

 

벽소령 대피소에서 만난 붉은 병꽃

 

물참대

 

함박꽃

 

고광나무

 

금낭화

 

고광나무

 

찔레꽃

 

고광나무

 

고광나무

 

짤레꽃

 

매화노루발

 

매화노루발

 

우산나물

 

붓꽃

 

은대난초

 

털장대

 

인동초

 

애기똥풀

 

엄나무

 

돈나물 꽃

 

금낭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