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6. 전남 장흥 회진 이청준 소설「선학동 나그네 」임권택 영화「천년학」이야기 길
전남 장흥 회진 진목마을 이청준의 <선학동 나그네> 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의 길. 소설과 영화가 만나는 [이청준 소설문학길]을 걷는다. 한과 섦음 그리고 표현할 수 없는 사랑의 애달픔을 안고 끝내 헤어지는 천년학과 천 번을 접어야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천년학의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져 이루헤아릴 수 없는 먹먹한 감정으로 걷는 사랑의 길이였습니다.
◎ 한국 문학과 영상이 만나는 명소 「이청준 소설문학길」
비로소 그 맞은편 산줄기가 한 마리 학으로 물이 마른 포구 위를 천천히 날아오르는 모습을 눈앞에 역력히 그려볼 수 있었다.
"오라비에게 나를 찾게 하지 마시오.
전 이제 이 선학동 하늘에 떠도는 한 마리 학으로 여기 그냥 남겠다 하시오...
그게 그 여자가 내게 남긴 마지막 당부였소.
그리고 그 여잔 아닌게아니라 이 한 마리 학으로 날아 올라간 듯 그날 밤 홀연 종적을 감췄갔다."
이청준, 「선학동 나그네」
한국문학의 웅숭깊은 상징으로 표현되는 이청준의 소설은 한국영화계의 거장인 임권택 감독과의 영상 작업으로 인구에 회자되어 왔다.
<서편제> <축제>에 이어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는 이청준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하는 <천년학(2007)>이었다. 빼어난 영상미로 한국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천년학>은 이청준의 소설 현장에 세트를 짓고, 주변 서정들을 담아 촬영 되었다하여 한국 문학과 영상이 만난 문학과 영화의 명소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 <천년학> 대금 동영상
<선학동 나그네> <천년학> 이야기 길을 걷는 동안 아래 천년학 동영상을 누르시고 마음을 후벼파는 대금 소리를 들어며 걷길 바랍니다.
www.youtube.com/watch?v=b26M69Rd948&t=85s
◎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
남남이지만 소리꾼 양아버지에게 맡겨져 남매가 된 ‘동호’(조재현 분)와 ‘송화’(오정해 분). 서로의 소리와 북장단을 맞추며 자라난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갖게 된다. 하지만 ‘동호’는 마음 속의 연인을 누나라 불러야 하는 괴로움을 견딜 수 없어 집을 떠나버린다. 그리고 몇 년 후, 양아버지가 죽고 ‘송화’는 눈이 먼 채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제 ‘송화’를 누나가 아닌 여자로서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동호’. .. ‘송화’를 찾아 다시 한 번 그녀의 노랫소리에 북 장단을 맞추며 눈이 되어 주고 싶은 ‘동호’는 연인의 자취를 찾아 길을 나선다. 하지만 엇갈린 운명으로 얽힌 두 사람은 가슴 아린 잠깐의 만남과 긴 이별로 자꾸 비껴가기만 한다. 그러던 중 ‘동호’는 유랑극단 여배우 ‘단심’(오승은 분)의 유혹에 흔들리고 마는데. 차마 ‘동호’앞에 사랑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선학동 선술집 주인 ‘용택’(류승룡 분)의 한결 같은 외사랑도 뿌리치며 판소리가 ‘동호’인 듯 노래에만 열중하던 ‘송화’는 이 소식에 충격을 받아 모습을 감춰버린다. 그리고 마침내 ‘용택’의 선술집을 찾아 온 ‘동호’는 자신이 미처 몰랐던 ‘송화’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 천년학 셋트장
어느 날 해 질 무렵, 남도 땅 장흥에서는 한참 들어간 회진이라 곳에서, 나이가 쉰 살 정도 된 한 사내가 버스에서 내려 선학동으로 향했다. 사내는 비상학(飛上鶴)이 자태를 짓는 선학동을 보고자 하나 포구는 들판으로 변하여 학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저기 보이는 공지산의 관음봉은 학의 머리이며 양쪽으로 길게 내리 뻗는 산자락은 학의 날개 짓으로 한마리 비상학의 자태이다. 공지산 아래 학의 품에 자리 잡고 있는 마을이 선학동이며 예전에는 산아래 마을이라고 하여 산저마을로 불렀다. 원래는 포구여서 바닷물이 가득하였으나 지금은 널른 들판으로 변했다.
묵을 곳을 찾아 주막으로 간 사내는 술을 마시면서 비상학 이야기를 꺼내고 그러자 주인 사내가 몇 년 전에 한 여인이 다녀간 뒤로 학이 다시 날게 되었다는 기이한 주장을 한다.
밤늦게 돌아온 주인 사내는 여자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30년 전 어떤 소리꾼 부녀가 찾아와 아비가 딸의 소리에 뒷산 관음봉이 포구의 밀물에 비상학으로 떠오르는 선학동 포구의 풍정을 심어주고는 이 마을을 곧 떠났다. 몇 년 전 그 여자가 그동안 숨을 거둔 아비의 유골을 묻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아왔는데, 그동안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각박해져 묻을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여자는 서두르지 않고 소리를 하며 날을 보내면서 소리로써 사람들을 감동하게 하고, 어느 날 유난히 공들여 소리를 하고는 주막집 사내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묻고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였다. 여자는 여전히 포구에 물이 들어오는 소리와 그 물에 비쳐 선학(仙鶴)이 나는 것을 듣고, 보고 있었으며, 주인 사내 역시 그녀의 소리를 들으면서 비상학의 환상을 보게 된다. 여자가 떠난 뒤에도 주인 사내는 여자가 선학동의 학이 되어 언제나 그 고운 하늘을 떠돈다고 믿는다.
주인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내는 자신이 여자의 오라비임을 암시하고 이를 확신한 주인 사내는 여자가 더 이상 자신을 찾지 말라는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고 일러준다.
다음 날 아침, 주인의 배웅을 받으면서 길을 떠나는 사내는 누이의 부탁에 따라 한을 가슴에 묻어두고 더는 종적을 찾아다니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떠나가고, 주인 사내는 여인의 노랫가락 같기도 하고 나그네의 목청 같기도 한 소리를 내내 듣고 있었던 환각에 빠진다. 사내가 사라진 고갯마루 위로 언제부터인가 백학 한 마리가 떠돌고 있었다.
◎ 선학동 마을
선학동 마을
전남 장흥군 회진면 회전리
임권택 감동의 <천년학>은<서편제>의 속편격으로 이청준 작가의 단편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영화화 했다.
지금은 그 주 무대인 <천년학> 선술집 세트가 남아 있다. 세트 남동쪽에는 공지산을 등진 선학동마을이 있다. 원래 산저마을이었으나 영화가 개봉되자 이름을 바꿨다.
봄날에는 유채꽃이 마을을 가득 채워 선학동 유채마을로도 부른다. 가을에는 메밀꽃이 대신한다. 꽃밭 사이로 난 이청준 소설문학길(이청준한승원 문학길 2코스)을 따라 거닐어 볼만하다.
선학동 마을 표지석
천년학 세트장에서 간척지 제방 뚝을 따라 걷다보면 그 끄트머리에 선학동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나온다. 이청준 생가로 가는 방향으로 가면 선학동 마을 주차장이 나온다.
◎ 선학동 마을 유래 & 위치도
한반도의 남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과 서정 천혜의 자연 환경과 인문이 어우러져 비교될 수 없는 개성을 지닌 마을이다. 마을 앞에 펼쳐진 득량만의 푸른 바다, 그 바다가 연출하는 매혹적인 서경은 이어진 섬들과 오고 가는 배들과 노력도의 연륙교가 어우려져 시간마다 황홀한 영상으로 다가 온다.
마을을 감싸고 흘러내린 공지산의 질펀한 자락은 대대로 살아온 선학동 주민들의 삶터이며 행복한 보금자리였다. 공지산의 산자락은 그 형상이 법승의 장삼 자락이 흘러내린듯 여유로워 혹은 이 봉우리를 관음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예사롭지 않은 산의 형상을 주제로 하여 이청준의 명작 소설 <선학동 나그네>가 창작되었고, 산의 선은 '날아오르는 학의 날개 짓'으로 묘사되기도 하였다.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영화 <천년학>은 소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하였으며 이마을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주민들은 문학과 영상예술이 접목 승화된 마을을 기념하여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메밀꽃의 화원을 조성하여 남도의 명소로 가꾸었다.
예지적 감성과 도의심이 각별한 마을은 주민들의 품성이 바르고 착하여 "범죄없는 마을"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남도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을로 꼽는 선학동, 오래 기억하고 싶은 문예의 마을이다.
선학동 마을 입구 한 쌍의 학 조형물이 탐방객을 반긴다.
◎ 이청준 그는...
일흔 온 생애 오로지 글쓰기로 다한 삶
감춘 뜻, 바른 모습 밝힌 가열한 정신주의
가없는 설움 서편 가락에 띄우는 천년의 학
근대를 지향한 지성
사일구 민주화의 자부심
첫 한글세대의 모국어 인식
이성의 빛으로 더욱 힘찬 상상력
숨은 생각 환히 드러내준 진지한 열정
가난 속에서 오히려 고결한 인자의 자유
현자의 말씀으로 번지는 화해와 사랑의 지혜
존재의 아픔 속에서 꿈꾸는 행복으로의 꿈
시간의 문을 넘머 나르는 영원에의 초월
죽음 이겨 축제로 올린 환희
드디어
스스로 시대의 신화로 몸 바꿔
오늘의 우리 문학사 가장 높은 반열에
큰 이름 새긴
소설가
이청준은 1939년 8월 9일 전라남도 장흥군 대덕면(현 회진면) 진목리에서 태어 났다. 대덕동초, 광주서중,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에서 독문학을 공부했다.
1965년 단편소설 <퇴원>이 '사상계' 신인문학상으로 당선, 소설가로 등단하여 40여 년 동안 장인적 글쓰기를 통해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 <낮은데로 임하소서> <흰옷> <인간인> <축제> 등 17편, 중단편 <소문의 벽> <이어도> <예언자> <자유의 문> <비화밀교> <병신과 머저리> <살아있는 늪> <벌레이야기> <서편제> 등 150여 편을 발표했다. 이 작품들은 25권의 <이청준 소설전집>을 비롯, <뻐꾸기와 오리나무> <토끼야 용궁가자> 등의 동화집, <말없음표의 속말들> <키작은 자유인> 등의 산문집들을 포함한 90여 권의 저서로 간행되었다. 2017년 문학과 지성사에서 전 34권의 전집으로 정리 완간되었다.
<당신들의 천국> <예언자> 등 20여 장단편이 12개 국어 40여권으로 번역 출판되었고 <서편제> <이어도> 등 9편이 영화화 되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호암상 등 14차례 상을 받고 금관문화훈장이 추서 되었다.
2008년 7월 31일 작고하여 고향인 회진면 진목리 갯나들에 안장되었다. 2009년 조성된 이청준문학자리와 이웃하고 있다.
이청준은 고도의 관념적인 주제들을 붙들고 다양한 분야로 관심을 넓혀가며 집단과 개인의 관계를 치열하게 뚫는 한편, 지식인의 역할, 산업사회와 인간 소외 등 현대사회의 묵직한 주제들을 문학적으로 훌륭하게 형상화하였다. 등단작인 <퇴원>부터 <조율사>, <병신과 머저리>, <당신들의 천국>, <소문의 벽> 등은 이러한 계열의 대표작들이다.
또한, 1976년 이후에는 <서편제>를 필두로 한 ‘남도 사람’ 연작을 발표하며 토속적인 정한을 담은 문제작들을 연달아 생산해 내었다.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된 <서편제>는 잊혀 갔던 '우리 것'의 가치를 전 국민적 차원에서 새롭게 조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1996년에 다시 임권택 감독과 손잡고 영화제작과 동시에 그 밑그림으로 써낸 <축제>는 이청준 문학의 주요한 자양분이었던 어머니의 죽음과 장례식 과정을 소설화해 낸 것으로 문학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120여 편의 중단편과 11편의 장편소설, 그리고 수 편의 '판소리 동화'에 이르기까지 이청준의 문학세계는 그 자체가 '서구 소설 장르의 한국적 갱신의 과정'이라는 평을 들을 정도로 높이 평가됐다.
◎ 선학동 나그네
<선학동 나그네>
소설가 이청준이 1979년 계간지 "문학과 지성" 여름호에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서편제’ 등 남도창을 제재로 삼고 있는 이청준의 연작 소설인 이 작품은 소리를 다루는 작가의 세계를 잘 보여 준다.
전라남도 장흥 근처의 어느 해안가 마을(선학동)을 배경으로 소리꾼 아버지와 눈먼 딸, 그리고 이복 남매인 오라비의 기구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직 소리 하나에 신명을 바치며 떠돌이로 일생을 살아온 아버지, 앞을 보지 못하는 딸, 또 그들을 버리고 떠났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계속 누이를 찾아 헤매는 오라비 등 모두 가슴에 서린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품은 한의 예술적 승화를 표현하기 위해 '비상학'이라는 상징적 형상을 동원하고 있다.
등장인물들은 비정상적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로서, 오직 소리 하나에 신명을 바치며 떠돌이로 일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시각장애인 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누이를 찾아 헤매는 오라비 등 한스러운 삶의 모습들을 엮어 놓았다. 영화감독 임권택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의 원작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한을 치열한 예술혼으로 승화시켜, 결국에는 자연의 일부로 동화되는 경지에 이르는 한 예술인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예술혼이란 무엇인가를 이야기 하고 있다. 구성 방식 또한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수수께기를 풀어가듯이 진상에 접근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흥미를 일으키는 동시에 단편소설의 미학을 잘 보여준다.
<서편제> <소리의 빛>에 이어 발표된 '남도 사람' 연작 중 한 편으로 현실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한 어린 삶의 모습과 그 한을 풀어가는 모습을 형상화함으로써 전통적인 삶과 정서의 세계를 잘 표현한 수작이다.
특히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이 땅 위에서의 인간의 한과 그 한이 자연을 통해 수용되는, 현대한국소설에서는 드물게 보는 자연과 인간의 교통이 아름답게 그려지고 있어, 이청준 소설의 높이를 한 단계 더 높여주는 비상학이 되고 있다. 이청준의 연작 소설에서 그려지고 있는 소리는 도덕적, 인습적, 정치적 한의 표출이며 그 승화이다.
이 작품은 삶의 한(恨)을 소리라는 예(藝)의 세계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음의 세계'를 다룬 비현실적인 이야기이지만, 그렇게만 치부해 버릴 수 없는 묘한 감동을 던져 준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한결같이 비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예를 추구하며 떠돌이로 일생을 산 소리꾼 부녀나 그들을 잊지 못해 회한에 젖어 사는 나그네는 가슴에 한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 한이 애간장을 끊을 듯한 판소리로 승화되어 나타난다. 한 마디로 이 작품은 한 서린 삶의 예술적 승화를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다. 특히 여자의 소리에 의해 비상학이 재현되는 대목에서 삶의 예술의 절묘한 어우러짐을 목격하게 된다.
게다가 이 작품은 다분히 신비적인 특성을 보인다. 그런 특성을 살리기 위해 작가는 인물의 명명법에까지 신경을 썼다. '사내, 손, 주인, 여자, 노인…. ' 등, 인물들은 모두 구체적인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등장하고 있다. '홍길동'이니 하는 식으로 구체적인 명명이 되어 있는 상태라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이 작품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한의 예술적 승화'를 제대로 구현해 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개의 신비적인 이야기들이 현실의 삶과 유리된 것과는 달리, 이 작품은 지난날 고달프게 살았던 우리 서민들의 삶과 정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 <선학동 나그네> 줄거리
어느 날 해질 무렵 한 나그네가 만조 때 비상학의 자태를 짓는 선학동을 보고자 발길을 재촉한다. 하지만 포구는 들판으로 변하여 학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주막으로 간 나그네가 학이 날지 못하게 된 것을 아쉬워하자 주인 사내가 몇 년 전 한 여인이 다녀간 뒤로 학이 다시 날게 되었다는 기이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30년 전에 소리꾼 부녀가 찾아와 아비가 딸의 소리에 뒷산 관음봉이 포구의 밀물에 비상학으로 떠오르는 선학동 포구의 풍정을 심어 주고는 이 마을 떠났으나 이태 전 그 여자가 아비의 유골을 묻기 위해 이 곳을 다시 찾아왔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각박해져 묻을 곳을 찾지 못하자 여자는 소리로써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어느 날 유난히 공들여 소리를 하고는 주막집 사내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묻고 마을을 떠났다.
나그네는 여자가 장님의 아니었느냐는 물음으로 자신이 여자와 인연이 있는 인물임을 털어놓는다. 주인은 이어서 여자가 학을 다시 날게한 사연을 이야기 한다. 여자는 여전히 포구에 물이 들어오는 소리와 그 물에 비쳐 선학이 나는 것을 듣고 보고 있었으며, 주인 사내 역시 그녀의 소리를 들으면서 비상학의 환상을 보게 된다. 여자가 떠나 뒤에도 주인 사내는 여자가 선학동의 학이 되어 언제나 그 고을 하늘을 떠돈다고 믿는다.
주인은 이야기가 끝나자 손이 자신이 여자의 오라비임을 암시하고 이를 확신한 주인 사내는 여자가 오라비더러 자기를 더 이상 찾지 말게 해 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남겼다고 일러준다. 다음 날 길을 떠나면서 손은 누이의 부탁에 따라 더 이상 종적을 찾아다니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고갯마루에 올라서 해가 거의 기울 때까지 주저 앉아 있던 손이 이윽고 그 모습을 거두자 고갯마루 위에는 언제부터인가 백학 한 마리가 떠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연유로 관음봉의 명당은 더욱 굳게 믿어지고 있었다. 명당을 얻기 위해 관음봉 일대에 묻힌 유골은 헤아려 낼 수도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는 그 포구에 물길이 막혀 버리고 있었다. 관음봉의 그림자가 내려 비칠 곳이 없었다. 포구의 물이 말라 버림으로 하여 이제는 더 이상 그 관음봉이 한 마리 선학으로 물 위를 날아오를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관음봉은 이제 날개가 꺽이고 주저 앉은 새였다. 그것은 이제 꿈을 잃은 산이었다. 이제 여인의 소식을 만날 희망 따윈 머리에서 깡그리 사라지고 없었다. 고을 모습이 너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산학동엔 이제 학이 날지 않았다. 학이 없는 선학동을 여자가 일부러 지나쳤을 리 없었다.
하지만 이젠 날이 너무 어두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기왕 날을 잡아서 나서 온 길이었다. 주막에서 하룻밤을 묵어 갈 수밖에 없었다. 저녁어스름이 짙게 젖어들자 사내는 하룻밤 묵어갈 심사로 주막으로 들어섰다. 사내의 인기척 소리에 어두운 부억 쪽에서 이내 한 중년연배의 아낙이 치맛자락에 물 묻은 손을 훔치며 나타났다. 사내는 술을 주문하고 아낙과 이런 저런 말을 주고 받았다. 사내는 기둥 하나 너머로 부억일을 서둘러 대고 있는 아낙에게 막연스런 어조로 말하며, 혼자 술잔을 비워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사내와 아낙 사이에 오간 몇 마디가 뜻밖의 인물을 불러내고 있었다. 덜컹 하고 안방 문이 열리며 느닷없는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말꼬리를 잇고 나서는 폼이 여태까지 문 뒤에서 바깥 얘기를 귀담아들어 오고 있었음이 분명했다. 주인 사내쯤 되는 것 같았다. 주인사내는 시치밀 때는 듯한어조로 말하기 시작했다. 한 여자가 이 고을을 찾아 들고 나서부터 죽었던 학이 다시 날기를 시작했다는 말이다.
◎ 선학동 나그네 - 작가의 취재 이야기
고향 마을의 고개 너머에 긴 포구가 뻗어 들어와 있고, 그 포구 건너편에 기이한 모습을 한 산줄기가 둘러서 있었다. 산줄기의 모습은 흡사 장삼을 걸치고 앉아 있는 도승의 자태였다..... 포구에 물이 가득 차오르면 장삼자락을 넓게 벌려 앉은 도승의 모습은 다시 포구에 그림자를 드리워 한 마리 학으로 물 위를 떠돌기 시작한다.....
어릴 적 어른들에게서 자주 들어온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그 무렵 산이나 물에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 그런데 지난 가을(....나는) 비로소 그 맞은 편 산줄기가 한마리 학으로 물이 마른 포구 위를 천천히 날아 오르는 모습을 눈앞에 역력히 그려볼 수 있었다. - 졸작<선학동 나그네>의 취재담 중에서
그 두려움과 부끄러움. 그것은 아마 도회에서 익혀온 거짓의상과 속임수의 몸짓들이 깨끗하고 순정한 고향 풍물들 앞에 제물에 발가벗겨져 나가는 자기 폭로와 정화에의 괴로운 예감이었던 듯 싶다. 고향에선 과연 그 풍물과 인심이 거울이 되어 그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그만큼 두려움과 부끄러움도 더해진다. - 이청준 산집 "아름다운 흉터"(2004), 열림원 간행중에서
◎ 연작 소설 '남도사람'
연작소설 '남도사람'은 이청준 문학의 백미이다.
<서편제(1976)>, <소리의 빛(1997)>, <선학동 나그네(1979)>, <새와 나무(1980)>, <다시 태어나는 말(1981)> 등 다섯 편의 소설이 각기 독립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면서도 하나의 연작을 이루고 있다.
남도사람 연작은 이를테면 그런 나무의 삶(그쪽을 우선해서 본)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그것은 새와 나무의 관계에 대한 나의 행복스런 꿈이, 그리고 그 나무 쪽 삶에 대한 무력하나마 허심탄회한 꿈이야말로 저간의 언어질서를 기초로 한 우리의 생명과 삶의 자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문학적 확인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작가 노트 중에서)
작가가 고백한 창작의 이야기로 가까워지는 '남도사람'의 소설 현장은 '산저마을"과 "이화진 마을', 그리고 '공지산' 봉우리와 짙푸른 바다의 물결이 조화롭게 승화되어 절정을 이루고 있다. 가끔은 소설속의 인물로 등장하는 마을 사람들은 마을 이름을 '선학동'으로 바꿔 부르는 것은 물론 산하의 공간에 유채꽃을 심어 봄날의 화사한 유채꽃의 향연을 연출하고 가을의 달밤에는 소소한 메밀꽃의 축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과 회진면의 계절이 합일되어 문학이 화두를 공유하는 이 땅의 기운이 법상치 않은 것은 이청준의 소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청준은 "내 삶과 문학에 대한 은혜를 따지자면야 그 삶을 주고 길러준 고향과 그 고향의 얼굴이라 할 '어머니'를 앞설 자리가 있으랴"라고 쓴 적이 있다. 이 청준의 '남도 사람'은 바로 그러한 의식의 소산이다. <눈길>, <서편제>, <선학동 나그네> 등 그의 수많은 소설에 기록된 남도 사람들의 삶이 말해주 듯 장흥은 이청준이란 소설가에게 고향을 주었고, 이청준의 고향을 넘어 우리 모두의 고향이 되었다.
여기 선학동 마을은 <서편제>, <소리의 빛>, <선학동 나그네>, <새와 나무>, <다시 태어나는 말> 로 이어지는 연작 '남도 사람'의 창작 현장이며 그래서 우리 모두에게 잊혀 질 수 없는 문학의 고향이다.
◎ 이청준의 대표작품 <병신과 머저리>
이 작품은 6.25 전쟁에서 얻은 심리적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세대인 '형'의 고통과 전후 세대인 동생 '나'의 서로 다른 고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발단] 의사인 형은 6.25 전쟁 당시 동료를 죽이고 탈출했던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자신이 수술을 맡은 한 소녀가 죽게 되자 병원을 중단하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전개] '나'는 우연히 그 소설을 읽게 되는데 형의 소설에는 형과 중사 오관모, 김 일병이 등장한다. 오관모는 그전부터 김 일병을 성적으로 괴롭히고 있었는데, 김 일병이 쓸모 없어지자 그를 죽이려고 한다. 형의 소설은 그 부분에서 멈췄있다.
[위기] '나'는 형이 김 일병을 죽이는 것으로 소설의 결말을 내어 버린다. 그리고 '나'는 혜인이 결혼하는 날, 그녀로부터 이별의 편지를 받는다.
[절정] 형은 '나'가 쓴 소설의 결말 부분을 읽고 찢어 버리고, 형이 김 일병 대신 오관모를 향해 총을 쏘는 것으로 결말을 고쳐 쓴다.
[결말] 형은 혜인의 결혼식장에서 오관모를 만나고 온 후 자신이 쓴 소설을 불태우고, '나'는 자신의 아픔의 원인에 대해 자문해 본다.
◎ 이청준의 대표작품 <눈길>
"어서 가라는 손짓은 실은 아들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떨쳐내려는 몸부림의 손짓"
이청준의 고향 '전라남도 장흥' 남도의 끝자락, 장흥 진목마을 언덕배기엔 눈 내리던 그 새벽녁 이청준과 홀어머니의 가슴 아린 이별이 발자국에 새겨져 있다.
거덜이 나고만 집안 살림이었다. 집 마저 팔려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은 어머니는 갈 곳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광주에 나가 공부하고 있는 중학생 아들이 오기로 한 날, 어머니는 저녁밥을 지어 놓고 아들을 맞았다.
홀어머니와 하룻밤을 지내고 난 아들은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광주행 버스를 타야 했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는 새벽에 모자는 집을 나섰다. 마침내 신작로에 다다랐을 때, 숨을 돌릴 틈도 없이 버스가 도착했고 아들은 순식간에 올라탔다. 어머니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어둠속에 한참 동안 아들이 사라져간 찾길만 바라보고 서 있었다.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왔더니라. 오목오목 디뎌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식아. 내 자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고 복 받고 살거라.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저 눈물로 저 아그 앞길만 빌고 왔데.」 - 소설 '눈길' 중에서
◎ 이청준의 대표작품 <당신들의 천국>
구성 및 형식
<당신들의 천국>은 소록도의 역사를 소재로 실제인물을 모덜로 창작되었다.
1분는 조백현 원장이소록도에 부임하여 매립공사를 시작하며 원생들과 갈등을 빚는 과정(이상욱이 보는 선과 조백현의 모습 시점)
2부는 오마도 간척사업 공사기간 동안 조 원장이 겪는 갈등과 고뇌(조백헌의 시점)
3부는 조 원장이 소록도를 떠난 후 7년 뒤에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돌아와 원생과 함께하는 모습(신문기자 이정태의 시점)
내용
나환자들의 섬 소록도에 전직 군의관 출신 조백현 대령이 병원장으로 부임해 온다. 그는 환자들을 위해 오마도 간척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공사 기간 동안 나환자들과 갈등은 심화된다. 그들에게는 일제시대 때 주정수 원장이 행했던 낙원 건설의 욕망과 그로 인한 고통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조 원장의 헌신에 감동하여 간척사업에 동참하고 어려움을 감내한다. 조 원장에 대한 원생들의 신뢰가 깊어지자 보건 과장 이상욱은 또 다시 누군가 우상화되는 것이 두려워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 조원장에게 떠나기를 권한다. 조 원장은 간척사업의 결말을 보지 못하고 섬을 떠나지만, 7년 뒤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돌아와 서미연과 윤해원의 결혼을 성사시키고 섬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을 살며 믿음과 사랑이 바탕이 된 진정한 천국의 건설을 꿈꾼다.
의의와 평가
<당신들의 천국>은 1970년대 당시 우리의 정치 현실과 개발 독재의 실상을 알레고리 형식으로, 권력자와 민중이 진정한 화해를 통해 바람직한 사회를 모색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탐색하여 긍정적인 권력은 수직적 위치에서 대상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대상과 수평적 관계를 이루며 조화와 화혜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더불어 권력의 억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주체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깨닫게 한다.
◎ 이청준의 대표 작품 <축제>
서울 사는 꽤 알려진 작가 이준섭은 고향 집에 계신 노모의 부음 소식을 받는다. 5년이 넘도록 치매를 앓아 가족 특히 시집와 이때껏 시어미를 부양해 온 준섭의 형수의 심정은 퍽 복잡하다. 준섭의 도착과 함께 시골집의 장례 절차가 시작된다. 상가에 하나둘 가족과 친적, 이웃들이 몰려드는데 각자의 관계와 사연 따라 말과 행동이 사뭇 다르다. 노모의 죽음앞에서 오래된 가족간의 갈등은 오래전 집의 돈을 훔쳐 가출한 준섭의 이복조카 용순의 등장으로 그 골이 깊어진다.
여기에 작가 이준섭을 취재하겠다는 명목으로 내려와 있는 잡지사 기자 장혜림의 등장은 용순을 비롯한 준섭의 일가친척은 물론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신경전, 노름판, 갖가지 해프닝으로 소란스러운 상가의 풍경을 만들어내는 문상객들 사이에서, 과거와 현재을 오가며 인물 개개인의 기억을 헤집는다.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다양한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노모의 생애가 회고되며 그동안 갈등과 설음이 폭발하고 전개되고 또 치유의 과정을 함께 겪는다.
"어머니가 그 텃밭 가 동백나무에 쏟아온 관심과 정성 역시도 그러니까 알고 보면 바로 그 빗새에 대한 측은한 마음에서인 것이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언제부턴가 집 앞 텃밭 한쪽 가에 어린 동백나무 한 그루를 옮겨다 심어 놓고 말없는 정성을 다해 오고 있었는데, 어머니는 추운 겨울철에도 그 동백에 쏟는 당신의 정성으로 누구보다 간절한 봄을 기다렸고, 누구보다 일찍 그 동백나무의 봄을 맞아 반겼다. (중락) 어머니가 거기 나무를 가꾸는 것은 빗새의 의지를 마음에 두고서였던 게 분명했다." - 이청준 <빗새 이야기> 중에서
* 빗새 = 자기둥지가 없는 새, 용순을 상징, 가족을 대표하는 준섭의 소설을 통해, 술집여자 딸년이라는 버림 받은 용순이 아닌 보듬어주고 사랑받는 존재로 가족들이 인식하고 있음을 나타냄
◎ 이청준의 문학탐방길과 선학동 마을 유채꽃
'이청준의 문학 탐방길'은 봄에는 유채꽃이 노오란 바다를 이루고, 가을엔 메밀꽃이 흰 눈밭을 일구는 선학동마을을 둘러싸고 빙 둘러 나 있다. 길가에 이청준의 문학작품들을 소개하는 안내 설명판이 세워져 있어 이 길을 걸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청준의 문학세계를 더듬어 갈 수 있도록 잘 만들어 놓았다. '이청준의 문학길'은 공지산 자락에 비탈진 유채밭과 메밀밭 둘레를 거쳐 가기 때문에 약간은 비탈져 있어 탐방객들에겐 다소 숨이 차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애써 이 길을 올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선학동 유채밭은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니다.
고추색의 지붕과 노오란 유채꽃 저멀리 짙푸른 득량만 바다와 노력항으로 통하는 연륙교가 어울러져 그림 같은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지금은 간척사업으로 너른 들녁으로 변했지만 에전엔 바다였던 저 들녁으로 바닷물이 밀려들면 선학동은 포구가 되었다.
짙푸른 득량만 바다 - 지금은 여객선이 노력항에서 출발하지만 예전엔 저 푸른 바다를 통과하여 회진항을 드나들었다.
5월 이맘때가 되면 노오란 유채꽃이 만발하고
가을엔 메밀꽃이 만발한다.(유목민 블로그에서 퍼옴)
노오란 유채꽃이 만발한 선학동 유채밭을 정성으로 담았다.
◎ 선학동 마을 구경
이제 이청준의 문학길을 돌아 선학동 마을로 접어든다.
마을 어귀에 있는 옛 제분소일까? '이청준의 문학탐방' 길 조성 사업으로 마을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가 한 달 살기 동상이몽 촬영한 장소다. 저기 초록 지붕의 한옥에서 한 달을 살아다고 한다.
마을 어귀 찻집이다. 제법 땀이 송글송글 머물 때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작두콩차 한 잔으로 피로를 푼다.
◎ 선학정
현대의 고전으로 지칭되는 소설 '선학동 나그네' 속의 마을을 형상화하여 전국 최고의 문예마을로 가꾸어 낸 '선학동' 주민들은 여기 관음봉의 비상학을 조망할 수 있는 돌고개에 정자를 짓고 그 이름을 '선학정'으로 명명한다.
포구에 물이 차 오르면 관음봉은 그래 한 마리 학으로 물 위를 떠돌았다.
'선학동'은 날아 오르는 학의 품안에 안긴 마을인 샘이었다.
동네 이름이 '선학동'이라 불리게 된 연유였다.
"포구 물이 말랐다고 학이 아주 못 나는 것은 아니라오"
....................
"연전에 한 여자가 이 동넬 찾아 들었지요. 그 여자가 지나간 다음부터 이 고을에 다시 학이 날기 시작했어요."
'송화'의 흔적과 소리를 찾아 헤매는 '동호'가 돌고개에서 내려다 본 포구는 물이 말라 있었다. 그 광경은 목이 메이는 슬픔이고 실망이었다.
그러나 주막 주인이 일러주었다. 이 마을에 나타난 한 여자의 행적과 소리가 다시 학을 불러들었다는 기이한 이야기였다.
'동호'는 그여자가 '송화'인 것을 직감으로 알 수 있었다.
세상과 환경이 아무리 변해도 관음봉(공지산)이 한마리 비상학으로 물 위를 날아 오르는 마을을 지키고 가꾸는 마을 사람들의 문학적 표현이기도 하다.
◎ 미백 이청준선생 생가 : '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이제 미백 이청준선생의 생가가 있는 회진면 진목 마을을 찾아가 보자.
진목마을 주차장에 주차하고 표지판을 따라 미백 이청준선생 생가를 찾아간다.
골목길은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진목 마을 사람들은 미백 이청준 선생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미백 이청준 선생 생가이다. 지금은 사람이 살지는 않고 문학도들이 찾는 곳으로 관리되고 있다.
고향을 떠나 고향에 이른 소설가
이청준은 자신의 소설이 고향에 대한 원죄의식의 소산이라고 말했다. 또 "내 삶과 문학에 대한 은혜를 따지자면야 그 삶을 주고 길러준 고향과 그 고향의 얼굴이라 할 '어머니'를 앞설 자리가 있으랴"라고 말 했다.
이처럼 소설가 이청준에게 고향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였다 특별하게 총명한 아이였던 이청준은 그 뛰어남 덕분에 가난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공부할 기회를 얻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남루한 고향을 떠났다는 생각과 남루한 고향이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으로부터 오랫동안 자유롭지 못했다.
이청준은 "나는 늘 가난한 고향이 부끄러웠고 그 고향에서 쫓겨난 꼴이 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원죄의식처럼 자리잡은 부끄러움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었다. 뛰어난 소설가였던 이청준은 "삶의 출발이 남루해서 " 가지게 된 부끄러움을, "부끄러움이 내 소설을 쓰게하는 것 같다"는 고백에서 읽을 수 있듯 소설창작의 에너지로 전환시켰다.
이청준은 초기 대표적인 <소문의 벽> <조율사> <씌워지지않는 자서전> <당신들의 천국> 등의 소설로부터 중후반기의 '남도사람' 연작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소설 속에서 고향에 대한 원죄의식과 부끄러움을 보이지 않는 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이청준의 뛰어난 소설 상당수는 남루한 고향에서 비롯된 개인적 죄위식과 부끄러움을 시대적 보편성을 띤 죄의식과 부끄러움으로 치환시켜 놓은 작품들이라 말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청준은 '당신들의 천국'이 '우리들의 천국'으로 바뀌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소설을 쓴 사람이다.
자신의 원초적인 무의식으로부터 우리 인간이 현실의 고통 때문에 꿈과 희망에 시달리는 일이 없기를 누구보다도 간절히 소망하며 소설을 썼던 사람이다. (사단법인 이청준기념사업회)
마루에 앉아 감히 이청준 선생님의 소설세계로 들어가 보고자 했다.
이청준 선생이 이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온 몸에 녹아 있는 '고향과 어머니' '한과 섦음' 그런 것을 남도 소리에 실어 풀어내고자 한 작가의 심정을 조그이나마 느껴보려고 했다.
그러나 어찌 감히 그 깊은 작가의 세계를 느낄 수있겠는가? 그저 느껴보려는 시늉을 해본다.
이청준 생가 마당을 담았다.
미백 이청준 선생 생가는 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는 중요한 곳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도 고즈넉한 옛 정취를 깊게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진목마을
진목마을 사람들은 미담 이청준 선생이 이 마을 출생이라는 것에 무척 존경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진목마을 주차장 옆에 진목유선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진목마을 주차장
문림의향 - 장흥의 문학인
남도민의 한과 소리를 담아낸 소설가 이청준
이 동네는 남도민의 한과 소리를 소설로 담아 한국 문학계의 큰 획을 그은 이청준 선생께서 태어나신 동네이다.
선생은 1939년 이곳 진목리(472번지)에서 출생하여 1954년 봄 회진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광주서중학교에 진학할 때까지 이 마을에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인 1960년을 전후하여 가세가 몹시 기울어 집까지 남에게 넘어가고 가족이 흩어진 바람에 20년 가까이 고향마을을 찾지 못하다가, 1979년 동네 아래 해변인 갯나들에 새 가옥을 마련하고, 그동한 인근 양하리 등으로 거쳐를 옮겨다니던 어머니와 남은 가족들이 옛 마을로 돌아 오면서 방문길이 다시 이어지게 되었다. 소설 <서편제> <소리의 빛> < 선학동 나그네> 등은 이후 그의 고향 나들이길이 현장 배경을 이룬 작품이며 특히 그의 <눈길>은 팔린 그의 생가에서 어머나와 마지막 하룻밤을 보낸 정황과 모처럼 양하리 임시 거쳐의 어머니를 찾은 사연을 소재로 쓴 단편소설이다.
이 밖에 이 마을 안팎 풍정과 일화가 소설의 무대 소재가 된 <나무위에서 잠자기> <아랫동네 팽나무> <심지연> <심지연 : 마을동쪽 고갯길가의 지봉선생 송덕비> <침몰선> <석화촌> <해변아리랑> <여름의 추상> <갯나들 앞바다> <축제> 갯나들가옥> <개백정> ,마을과 집> 등의 작품이있다.
◎ 강진 마량항
이청준의 문학길 트레킹을 마치고 이왕에 온 김에 강진 마량항으로 향한다.
마량항은 최근 완전히 바뀌었다. 임영웅 가수의 '마량에 가고 싶다'란 트롯이 힛트를 치면서 마량항을 구경오는 관광객이 무척 늘었다. 항구 앞에는 대형 노천 공연장이 마련되었다.
관광객들이 노래를 신청하여 맘껏 부르며 마량항 싱싱한 횟감을 즐긴다.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이다.
저기 보이는 섬이 임영웅 가수가 부른 "마량에 가고 싶다" 일절에 나오는 까막섬이다.
2절에 나오는 고금대교.
(4) 【클린버전】 임영웅 - 마량에 가고싶다 💙사랑의 콜센타 67화💙 TV CHOSUN 210819 방송 - YouTube
마량항에는 노래비가 새로 만들어졌다. 노래비 앞에 서면 자동 센서가 작동하여 마량에 가고 싶다란 노래가 구슬프게 울려퍼진다.
마량에 가고 싶다.
너와 내가 만나서 사랑을 맹세한
마량의 까막섬 그날의 맹서 그날의 약속
가슴에 새겨있는데 오고 가는 연락선에
고동소리 구슬픈데 보고 싶어라 그리운 님아
마량에 가고 싶다.
오고 가는 연락선에 고동소리 구슬픈데
보고싶어라 그리운 님아
마량에 가고 싶다. 마량에 가고 싶다.
너와 내가 만나서 사랑을 노래한
마량에 고금대교 그날의 추억 그날의 낭만
가슴에 남아 있는데 나를 잊었나 벌써 잊었나
사랑하고 있는데 보고 싶어라 그리운 님아
마량에 가고 싶다.
오고 가는 연락선에 고동소리 구슬픈데
보고 싶어라 그리운 님아
마량에 가고싶다. 마량에 가고 싶다.